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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동심의 시계

기자명 성원 스님

시간은 감성의 밭 일구는 선물

 
밤기운이 시원해졌다. 열대야로 힘들다는 이야기가 매일 화제였는데 벌써 신선한 가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세월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항상 앞질러가는 것만 같다.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하다 보면 부처님께서는 세월의 흐름을 어떻게 인식하셨을까 궁금해서 예전에 경전을 그러한 관점에서 살펴본 적이 있다.

어린이들은 이성이 아닌
감성의 느낌으로 살아가
감성으로 쓴 편지글에는
진솔하고도 담백한 감동

결론적인 답을 구하진 못했지만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에게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고 죽음이 한순간 다가온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하지만 스스로 무상을 탄식하는 투의 말씀은 하시지 않으신 것 같았다.

‘시간으로부터 온전한 자유를 얻으신 분·영원한 자유인’이라는 표현이 그냥 서술적 표현만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후로 어떻게 하면 유한한 인생이라는 시간으로부터 또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한 생각을 많이 하다가 알아차린 것을 느끼면서 살아야겠다는, 조금 색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사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한 시간들은 마치 타인의 시간과 같아서 그 시간이 흐르고 나면 가슴에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흘러간 시간들을 추억해보면 내가 강한 감성적 느낌을 받은 시간만이 가슴에 남아서 돌이켜 생각하는 그 순간의 행복을 주었다.

좀 엉뚱한 결론 같지만 느끼는 시간만이 나의 추억의 시간이요, 이성적 업무로 흘려보내는 생각과 시간은 훗날 그저 빨리 흘려버린 시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다 명확히 알아차렸다. “부처님의 시간을 생각하다가 감성적으로 느끼면서 감동을 받으며 살자”라고 결론짓고는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바쁜 하루라도 아침에 창문을 열고 TV에서 전하는 일기예보가 아니라 내 눈으로 내 감각으로 느껴지는 기후와 날씨를 인식하면서 말로 읊으며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의외로 그 1분 남짓한 시간 창을 열고 느껴지는 일기와 대화하며 시작하는 하루는 종일 여유와 행복을 머금어 주었다.

창을 열고 “와! 오늘은 정말 하늘이 해맑구나!” 또는 “오늘은 비가 올 것 만 같네.”

이렇게 단순히 날씨와 풍경과 한마디 대화를 나누어보면 이상하게도 그 순간 마치 그런 날이면 만나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날그날 잊혀진 듯 살아온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 사람들과의 추억 속 시간으로 젖어들어 입가에 행복의 미소를 머금게 되었다.

모든 추억의 사람들은 이성적 뇌에 기억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감성을 일깨우다보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나의 감성의 영역에 묻혀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잊고 메마른 이성의 벽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다보니 삶이 차디찬 돌담 감옥에 갇힌 듯 했던 것이다.

자유로운 감성의 숲을 거닐며 밤마다 그 모양을 바꾸어가는 달빛을 바라보면서 풍요로움을 일구어 가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뿐만 아니라 인연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함께 이러한 감성의 삶을 일구어 주고 싶었다.

의외로 어린 아이들은 이성적 삶의 모습이 아니라 매일 감성의 아름다운 느낌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년 생일 때 천진불들이 작은 파티를 열어준다. 파티라고 해야 함께 모여 짜장면을 먹거나 연습 전에 축가를 불러주는 것이지만 단원들은 예쁘게 편지를 써서 전해준다. 편지를 읽다보면 합창단을 꾸려 노래 연습시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감성으로 느껴서 쓴 진솔한 편지는 늘 가슴 뭉클하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어쩌면 우리는 합창단을 결성해서 찬불가를 가르친다고 법석을 떨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어린 소녀소년의 가슴에 감성의 밭을 일구어 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404호 / 2017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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