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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부송’에서 지식 너머 지혜의 삶을 배우다

  • 불서
  • 입력 2017.08.28 16:04
  • 수정 2017.08.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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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음을 꾸짖지 않는다’ / 원학 스님 번역 해설 / 모과나무

▲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음을 꾸짖지 않는다’
‘금강경’은 부처님이 제자들 물음에 답 하면서 가르침을 전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때 주제가 정신적으로 선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내용이었다는 점 때문에, 선종에서 육조혜능 이후 소의경전으로 삼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강의하는 사람이 많았던 ‘금강경’은 규봉의 찬요, 육조의 해의, 부대사의 찬, 야부의 송, 종경의 제강, 함허득통의 설의 등 각각의 관점에 따라 성격이 확연히 달라지기도 했다. 오늘날까지 수많은 이들이 ‘금강경’ 해설서를 내놓는 것도 각기 보는 시선에 따라 전하고자 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야부 스님은 ‘금강경’의 골수를 선시로 다시 풀어냈다. 그래서 그 자체가 선어록이라 할 만큼 선적인 면이 강하다. 성철 스님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부처님은 어느 곳에 계시는고?’라는 게송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야부 스님의 송은 선시를 느끼고 받아들여 소화하고, 다시 내 것으로 끄집어 낼 수 있는 안목 없이는 번역과 해설이 어렵다. ‘금강경 야부송’에 대한 해설서가 많지 않은 이유다.

그럼에도 난관을 극복하는 선지식들이 있기에 후학들의 공부도 그만큼 넓어지고 무르익기 마련인 법이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조계사와 봉은사 주지 등을 역임하고 지금은 ‘삼국유사’ 성지인 군위 인각사 주지로 있는 원학 스님도 그랬다. 지난 1996년 처음으로 ‘금강경 야부송’을 번역해 단행본으로 출간했던 스님은 20년 만에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해설,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음을 꾸짖지 않는다’로 펴냈다.

열네 살 어린 나이에 붓글씨 공부를 시작한 스님은 자연스럽게 한시를 배웠고, ‘금강경’을 공부하면서 그 안에 가득한 시적 요소에 매료됐다. 특히 야부 스님의 송을 보면서 믿음이 더욱 깊어졌고, 1970년대 범어사 강사로 재임할 때 ‘야부송’만 뽑아 등사기로 직접 프린트를 해서 강원 스님들에게 나눠줄 정도로 사랑하기에 이르렀다. ‘금강경 야부송’ 번역 인연의 시작이다.

▲ 원학 스님이 ‘금강경 야부송’을 번역 해설한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음을 꾸짖지 않는다’를 펴냈다. 선시로 간결하게 표현한 ‘금강경’의 공 사상을 통해 당면한 고뇌를 극복할 참지혜도 얻을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음을 꾸짖지 않는다’는 책 제목도 ‘금강경’ 제14분인 ‘이상적멸분’에서 길어 올렸다.

시녀들을 데리고 산림으로 사냥을 나온 가리왕이 잠시 낮잠을 자고 깨어났을 때 시녀들은 왕 곁을 떠나 어느 숲에서 선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화가 난 가리왕이 그 선인의 살을 베고 찢어도 선인은 성을 내거나 원한을 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수보리에게 “수보리야 내가 옛날 가리왕에게 신체를 할절(割截)함이 되었었다. 내가 그때 아상도 없고 인상도 없었으며 중생상도 없고 수자상도 없었나니라. 왜냐하면, 내가 옛날 마디마디 사지를 끊어낼 때에 만약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었다면 응당히 진한(瞋恨)을 내었을 것이니라”고 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본 야부 스님은 ‘지불책우(智不責愚)’, 즉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음을 꾸짖지 않네’라고 했다.

원학 스님은 “부처님의 안목은 깨달음의 ‘참지혜’로서 모든 중생의 어리석음이 본래 없음을 인식시켜 주며, 중생은 인욕을 통해서 자신의 어리석음이 실체가 없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에 책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며 “독자들이 부처님의 인욕을 배우고, 참지혜를 얻어 깨달음의 길에 다가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또 “야부송은 자기 깨달음을 표현한 선시이며 부처님과 수보리의 문답을 가장 간결하게 깨달은 경지에서 표현한 시구”라며 보편적 지식과 사고를 뛰어넘는 지혜의 표현이 가득한 책을 통해 삶의 본질을 깊이 생각하고 지혜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학 스님은 20년 만에 개정판을 내면서 무려 네 번에 걸쳐 직접 교정을 볼 정도로 야부송 해설 재출간에 공을 들였다. 그만큼 부처님이 ‘금강경’을 통해 전하고자 한 가르침과 야부 스님의 가르침도 깊이 새길 수 있었다. “인간 삶의 현상은 꿈, 아지랑이,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와 같은 것임에도 우리는 ‘나’란 존재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한 스님은 “오늘날 인간이 당면한 고뇌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많은 지식이 아니라 ‘참지혜’다. ‘참지혜’야말로 우리의 정신세계를 더욱 정화시켜 인간의 그릇된 욕망을 다스리고 인류공존의 이상향을 건설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 또한 그 참지혜의 길은 ‘금강경’의 공무사상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며 ‘금강경 야부송’을 통해 지식너머에 있는 부처님 가르침의 본질을 알고 진정한 자유인이 될 것을 당부했다. 1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05호 / 2017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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