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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쿨라와카 자타카

어린 독수리 생명 구한 인드라

▲ 태국 방콕 톰부리 새벽사원 왓아룬(Wat Arun) 불탑의 제석천 인드라(Indra).

자타카에는 부처님께서 전생에 다양한 동물들로 태어나 수없이 많은 선행과 덕행을 행하신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독특하게도 쿨라와카 자타카(Kulāvaka Jātaka)에는 부처님께서 제석천 인드라(Indra)에 태어나 전쟁터에서 어린 동물들의 생명을 구한 이야기가 나타난다. 이 이야기는 샤크라(Śakra)란 이름으로 아리아슈라의 자타카말라(Jātakamāla)에도 나타나며 인도네시아 자바섬 보로부두르 제1회랑에 부조로도 남아있다. 또한 무인계급으로 태어나서 전쟁터에 나섰다면 스승이든 친척이든 상관없이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고 죽여서 전쟁에 승리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힌두교 성전 ‘바가와드기타(Bhagavad gītā)’의 아르주나(Arjuna) 이야기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아수라와의 전쟁 앞두고
독수리 생명이 위태롭자
군대 회군해 전쟁은 막아
최악 상황에도 생명 소중

전생에서 부처님께서는 인간으로 태어나 행해야하는 7가지 덕행을 행하신 공덕으로 33천의 제왕인 제석천 인드라로 태어나셨다. 부처님께서 인드라로서 33천의 신들을 잘 이끄는 ‘신들의 왕’이 되자 신들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고, 악신인 아수라(Asura)의 위상은 크게 내려갔다. 그리고 신들이 성스러운 수메루산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되자 산 아래 가장 낮은 곳으로 밀려난 아수라들은 전쟁을 일으켜서 수메루산을 되찾으려고 했다.

아수라들이 몰려온다는 소식을 들은 제석천 인드라는 수천마리의 천마들이 끄는 ‘승리의 마차’에 마부이자 친구인 마타리(Mātali)와 함께 올라탔다. 인드라의 마차가 아수라들을 향하는 길에 거대한 뽕잎 나무숲이 있었고 이 숲에는 아직까지 날지 못하는 수많은 어린 독수리들의 둥지가 있었다. 거대한 인드라신의 마차가 이 숲으로 다가가자 숲이 크게 흔들렸고 수많은 어린 독수리들이 공포에 떨면서 크게 아우성 쳤다. 이 소리를 들은 제석천 인드라가 마타리에게 물었다.

“친구 마타리여, 지금 이 소리는 무슨 소리인가?” 마타리는 “신이시여, 수없이 많은 어린 독수리들이 공포에 떠는 소리입니다. 거대한 마차가 이 숲에 다가가면 숲이 뒤집혀서 어린 생명들이 죽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자 제석천 인드라는 단호하게 답했다. “친구 마타리여, 나 때문에 어린 생명들을 해치지 말라. 신들의 제국을 위해서도 어린 생명들을 해치지 말라. 차라리 어린 생명들을 위해서 나의 생명을 아수라들에게 희생하리라” 제석천 인드라의 명령을 받은 마타리는 ‘승리의 마차’를 옆으로 돌려서 뒤로 돌았다. 이때 인드라의 마차가 갑자기 뒤로 돌아선 것을 본 아수라들은 ‘아마 제석천 인드라를 돕는 원군들이 도착한 모양이구나. 그들을 맞이하려고 인드라가 되돌아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인드라도 무서운 데 원군들까지 있다면 전쟁에서 질 것은 자명하다고 생각했고 목숨을 잃을 것을 두려워한 아수라들은 즉시 후퇴하여 단숨에 수메루산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아수라들의 영역으로 되돌아갔다.   

서로의 생명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에도 어린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현실성이 결여된 이야기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서 불교는 역설적으로 인간이 처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생명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즉 하찮은 동물의 생명이 이렇게 중요하다면 적이든 아군이든 상관없이 우리 주변의 모든 생명들이 다 소중하다는 불교의 열린 윤리관으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05호 / 2017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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