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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행일기] 정성광

기자명 법보신문

▲ 50, 경공
행복은 내 작품이다. 내 운명은 내가 결정한다.

부모와 일찍 사별 후 방황
군서 배운 기술로 사회생활
참나에 갈증, 불교대학 입학 
신흥사서 신행하며 기도정진

25년 전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을 뒤로 하고 군대를 전역한 뒤 홀로 남은 할머니와 지내면서 나 자신을 고민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내가 누구이며 왜 태어났는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답답함에 혼자 사색에 빠지는 일이 많았다. 나중에는 할머니의 걱정스러운 외침도 뒤로 하고 버틸 수 있을 허기만 채우며 혼자 방에 틀어박혔다. 모든 빛을 차단하고 촛불과 향에 의지하며 몇 개월을 방황하던 중 나도 모르게 밖을 누비고 다녔다. 영화 속 필름처럼 순간순간 스쳐가듯 나타나는 현상들, 잠들면 꿈속에서 보이는 여러 모습들. 어떻게 해야 매듭을 풀 수 있는지 몰랐다. 할머니 부탁을 받은 7명의 무속인 도움으로 박수무당을 면한 뒤 군에서 배운 굴삭기 운전으로 사회에 뛰어들었다. 가정을 꾸렸고 삶의 현실을 하나씩 헤쳐 나가는 일에 몰두했다. 나를 찾는 일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

만일 누군가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질문을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답을 할까? 자기 자신을 아는 자, 그는 영원한 행복과 열반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너 자신을 알라”로 알려진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제자의 질문에 그는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분명 인류에게 오만과 불의 그리고 부도덕을 낳는 지식을 버리라고 했다. 정의로운 지혜의 세계를 아무 것도 모르고 있을 만큼 무지를 스스로 깨달으라는 뜻을 전하고 있다.

나 그리고 우리는 자연의 일부다. 태양빛을 받고 물을 먹고 공기로 호흡하며 먹고 배설한다. 5년 전이다. ‘나는 누구인가, 불교를 알면 행복합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당시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경기도 화성 신흥사라는 절에서 불교대학 신입생을 모집하는 홍보였다.

입학자격에 부담이 없었다. 7, 8년 전부터 우연히 라디오 주파수에 잡힌 불교방송으로 나름 공부를 한다고 했지만 부실했다. 수박 겉핥기라는 생각에 불교대학 16기로 등록해 공부했다. 신도 기본예절, 사찰예절, 불교기초교리, 부처님 가르침, 템플스테이, 수계식 등 불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을 배우는 동안 목마른 갈증을 해소하듯 너무 기분이 좋았다. 1년 과정인 불교대학 기본과정을 다시 다니고 싶었지만, “이제 신행을 해야죠?”라는 총무스님 말씀에 졸업했다.

18기 불광회 총무 소임으로 회원들과 함께 재적사찰 신흥사의 정재소, 다향각 등 각종 행사 준비와 봉사를 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전하며 매년 하안거와 동안거 100일 기도정진, 108배, 나를 찾는 템플스테이에 꾸준히 동참했다. 경전연구반의 불교철학박사 최봉수 교수님의 초기불교, ‘금강경’ 강의를 수강하며 수행에 하나하나 살을 붙여 나갔다. ‘불교공부는 입학이 있으나 졸업은 없다’는 신념으로 평생 공부하겠다고 발원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난 오온이 아니다. 이 몸은 물질, 느낌, 인식, 심리, 알음알이, 색, 수, 상, 행, 식 등 무더기의 집합체다. 뼈와 살, 피와 정신, 느낌 등 오온과 감각 모두가 참나가 아니다. 느낌대로 좋아하고 싫어했고, 생각대로 행동했으며, 감정대로 울며 화내고 보낸 시절이 얼마나 어리석은 기억인지 새삼 부끄럽다. 참나를 찾는 일, 나는 내가 누구인가를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일상에 부딪히다 보면 많이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무엇을 하든 나의 상태를 확인하며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되묻는다. 이 순간 내가 하는 일 모든 것이 나의 미래를 결정짓는 행위다.

‘나는 누구인가’를 늘 놓치지 않고 부처님 가르침 그 끈을 허리에 질끈 매어 놓고 욕심, 화냄, 어리석음 삼독에 빠지지 않고 물들지 않으려고 발원하고 기도하며 노력 중이다. 목욕탕에서 때를 씻어 내면 미끈하고 깨끗한 피부가 된다. 수행의 길 위에서 내 속에 깃들어 있던 온갖 탐진치를 씻어 내면, 마음의 때를 씻어 내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느낄까 생각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을 찾기 위해 정진하고 있는 모든 수행자들에게 깨달음의 힘찬 박수를 보낸다. 

공동기획:조계종 포교원 디지털대학

[1405호 / 2017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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