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닫집
16. 닫집
  • 정진희
  • 승인 2017.08.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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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상징하는 법당 속 또 다른 법당

▲ 청양 장곡사 하대웅전 감입형 닫집.

사찰의 큰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을 모신 자리 위를 보면 집 모양의 작은 전각이 천정에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닫집라고 한다. 부처님이 계신 공간을 꾸미는 닫집의 어원에는 지위나 계층이 높은 사람이 머무는 장막이 쳐진 ‘닫힌 집’, 당에서 수입한 ‘당가(唐家)’, 두드러진 집이라는 뜻으로 ‘돋집’, 위에 매달아 놓은 집이라서 ‘달집’이라는 여러 설이 있다. 닫집은 해를 가리는 산개(傘蓋), 보개(寶蓋)에서 발전하여 만들어진 장엄구로서 천개(天蓋)라고도 하지만 사실 천개와 불교 전각과 같은 모양의 닫집은 차이가 있다. 따가운 햇살로부터 존귀한 사람을 보호하는 의미를 담은 천개는 산개라고 해서 인도 스투파의 꼭대기 장식처럼 불교미술에서 부처님의 상징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법당 속의 또 다른 법당인 닫집 역시 부처님을 상징하는 미술품으로 발전하였다.

부처님공간 장엄하는 특별한 전각
햇빛 가리는 산개·보개에서 발전
착시 현상 활용해 장엄 효과 더해
불교 공예품으로서 가치 극대화


우리가 보는 사찰의 닫집들은 대부분 조선시대 만들어진 것이지만 통일신라시대 닫집은 사리를 보관하였던 사리함에서 그 모습을 추측할 수 있다. 고려시대는 장곡사 하대웅전 닫집과 봉정사 극락전 닫집 등을 통해 예전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는데 고려의 닫집들은 불전형이 아닌 감입형이라는 특징을 보여준다. 천장 속으로 닫집의 상부구조를 넣은 형태의 감입형 닫집은 밑에서 보면 닫집의 내부만 보이기 때문에 닫집일 것이라 미처 생각지 못하는데, 궁궐 정전의 천장 중앙부와 같은 형태를 떠 올리면 된다.

장곡사 하대웅전의 닫집은 층층이 쌓아 올린 공포가 매우 소박하고 깔끔한 형태를 보이는 고려시대 건축의 흔적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 고려시대 유형으로 평가받는다. 불교가 국교로 대접받던 고려시대 절집의 닫집은 간결함을 보이고 있지만 억불숭유의 정책으로 일관하였던 조선시대 사찰전각의 닫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화려하다. 사실 불교를 숭상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닫집을 만드는 양식은 당시 건축과 밀접한 관련을 보인다. 따라서 기둥 위 여러 개의 포를 얻는 다포양식이 조선시대 건축의 방법이었기 때문에 전각의 닫집도 이를 따라 화려한 공포를 갖게 된 것이다. 닫집은 보통 단층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2층과 3층으로 된 것도 적지 않게 만들었고 당연히 다층형의 닫집은 그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닫집은 기둥을 세워 거는 지지주형(支持柱形)과 기둥 없이 천장에 매다는 현괘형(懸掛形)으로 나뉘는데 더 발전된 건축기술을 요구하는 현괘형의 닫집은 허공에 떠 있는 시각적인 착각을 일으켜 장엄의 효과를 더하기도 한다.

▲ 범어사 대웅전 닫집과 장식.

사찰의 닫집은 부처님의 공간을 장엄한 특별한 전각이라서 시각적으로 화려함을 강조하여 만들기에 그것만으로도 장식적인 효과가 충분하지만 이에 상징적 의미를 갖는 부속 장식물을 더해 그 아름다움과 불교 공예품으로 가치를 극대화한다. 우리나라 사찰의 닫집 가운데 장엄하고 화려하기로 손꼽히는 대웅전 닫집은 정면에서 보면 지붕이 3중으로 아(亞)자형으로 칸칸이 벌어져 장대해 보이고 지붕 아래 공포는 헤아릴 수도 없이 빼곡하여 눈이 어지러울 정도이다. 대체로 허공에 떠 있는 닫집에 부속으로 현괘되는 장식은 신비롭고 환상적인 의미를 담은 하늘을 날 수 있는 형상들로 꾸며지는데 그 가운데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용과 구름, 봉황, 비천 등으로 구성된 범어사 닫집과 주변에서 그 모습들을 찾을 수 있다. 부속 장식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용은 불경에 용왕들이 부처님을 씻겨주고 호위한 것과 같이 불법을 수호하는 상스러운 동물로서 그리고 화재예방을 위한 벽사의 의미를 담고 닫집에 장식으로 이용되었다.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는 말처럼 용이 구름에 둘러싸여 보일 듯 말듯해야 그 신비감이 더해지는데 범어사 대웅전 닫집의 용들은 법당에 들어가면 바로 보인다. 대웅전 닫집의 용은 오색의 구름 속에서 황금 비늘로 반짝이는 몸을 용트림하듯 꼬아있지만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려올 듯 입을 벌리고 아래를 향해 포효한다. 입에 물어야 될 것 같은 여의주는 날카로운 5개의 발톱으로 꽉 움켜쥐었다. 닫집 여기 저기 붉은 서기를 뿜으며 날아다니는 여의주는 그 모양이 전륜왕이 즉위하던 날 하늘에서 날아왔다는, 달 없는 밤에 허공에 달면 온 나라가 낮과 같이 된다는, 칠보 가운데 하나인 여의주보와 같으니 닫집 아래 예닐곱의 여의주가 허공에 떠도는 부처님이 계신 곳은 빛나는 광채로 눈이 부셔 쳐다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 부산 범어사 대웅전 닫집의 주악비천.

구름으로 몸을 가리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고 솜씨 좋은 장인의 손재주는 똬리를 튼 몸을 너무 역동적으로 만들어 놓아 그 존재감을 숨길 수가 없다. 보통 한 마리가 조각되는 것에 비해 범어사 대웅전 닫집에는 닫집의 칸마다 한 마리씩 중앙과 좌우로 불단을 향해 내려오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다. 부산지역의 불화승과 조각승들이 만든 것이라서 그런지 경상도 사나이 기질을 보여주듯 숨기고 감추고 할 것 없이 말 그대로 화끈하게 보여준다.

닫집의 네 귀퉁이에는 구름을 타고 천의를 날리며 하늘을 나는 여성형의 비천이 매달려 있다. 비천상은 곱디고운 자태로 인해 절집을 꾸미는 장식으로 애용되는 모티프이지만 닫집에 비천이 장식된 예는 흔치 않다. 비천의 역할은 천상의 세계를 의미하면서 꽃과 음악으로 부처님이 설하시는 법을 찬양하는 것이다. 닫집에 장식된 비천은 주악비천으로 비행을 하며 비파를 타는 모습인데 주악 비천상 가운데 가장 많이 연주하는 악기가 비파인지 중국 돈황의 상징인 주악비천은 손을 등 뒤로 돌려 마치 곡예 하듯 비파를 연주하는 모습이다. 범어사 대웅전의 비천상과 같이 완주 회암사 극락전, 화성 용주사 대웅전 닫집의 비천은 그 아름다움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아름다운 비천의 자태는 남성미가 물씬 느껴지는 성난 용과 비교되어 부드러움이 배가 되는 듯하다. 완주 회암사 닫집의 비천은 천의를 날리며 수평 비행하는 모습으로 매달려 있지만 범어사 비천은 천의를 입고 구름을 탔다. 원래 천의만으로 하늘을 비행하는 것이 비천의 특징이라 범어사 대웅전 불단의 생황을 부는 비천은 천의만으로 비행을 하는 모습이지만 천장에 매달리는 비천을 그렇게 만들기에는 뭔가 불안했던지 구름을 타고 있는 모습으로 균형감을 더했다.

▲ 강화 전등사 대웅보전 닫집과 장엄그림.

연꽃을 비롯한 다양한 꽃으로 장식된 닫집을 유유히 날아가는 서조는 극락세계에 산다는 극락조를 나타낸 것이다. 극락조의 울음소리를 듣고 극락정토의 사람들은 불법승을 생각한다고 하는데 강화 전등사 닫집의 서조는 닫집에 장식된 서조 가운데서도 크기나 조각된 형태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이다. 닫집 중앙 불단을 향해 고개를 내민 용 좌우로 두 날개를 쫙 펴고 두 발에는 붉은 서기가 타오르는 여의주를 쥐고 창공을 비행하는 거대한 서수 두 마리는 보는 이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연일 불볕더위에 온 세상이 펄펄 끓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따라 다니며 머리 위에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닫집과 같은 매력적인 물건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만들 수 없는 걸까? 열심히 마음을 닦아 부처가 되는 길만 해답일 것이다.

정진희 문화재청 감정위원 jini5448@hanmail.net
 

[1405호 / 2017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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