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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김동수의 ‘여여(如如)’

기자명 김형중

구도적 자세를 통한 자기완성의 시
인연 순응해서 사는 수연행 시화화

길 건너 전신주
늘 그대로이다.

비에 젖어
추레하게 서서

오는 비 다 맞으며

세상은 나같이
사는 거라고

한 세월 골목에서
그냥 산다.

비교하고 차별하지 않고 살면
세상은 괴로움 없는 부처 세계
여여한 삶 주장하는 시 전체에
깨달음의 소식 담은 시구 가득

깨달음을 얻은 입장에서 보면 철학자가 인생이 무엇이라고 나불대는 것은 허공에 핀 꽃(허공화)이요, 부질없는 토끼뿔 같은 허황한 소리다. 김동수(1947~현재) 시인은 인생을 “전신주처럼 오는 비 다 맞으며 그냥 산다”고 노래하였다.

개나 고양이가 무슨 신통한 생각을 하면서 살지 않는다. 그냥 주인이 밥 주면 먹고 꼬리를 흔들면서 아주 잘 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인간답게 무언가 만들어 체면치레를 한답시고 자승자박해서 복잡해지고 고통스러워졌다. 인생은 별 것 없다. 그냥 생긴 그대로 깜냥대로 살면 행복하다. 송사리가 바다로 나가면 죽는다.

김동수 시인은 인생은 마치 “길 건너 전신주/ 늘 그대로이다/ 비에 젖어/ 추레하게 서서/ 오는 비 다 맞으며/ 세상은 나같이/ 사는 거라고” 하였다.

김동수의 시는 명상과 구도적 자세를 통한 자기완성 즉, 삶의 초연과 달관적 경지가 시에 흐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시의 제목처럼 인생은 그렇고 그런 ‘여여(如如)’이다. 그러려니 하고 살면 아프고 슬플 일이 없다. 인연 따라 환경에 순응해서 사는 수연행(隨緣行)을 시화한 작품이다.

‘여여(如如)’란 뜻은 ‘여래(如來)’와 같은 뜻이다. “그렇다”는 뜻이다. 세상을 살면서 콩이네 팥이네 하고 시비를 따지지 않고, 비교하고 차별하지 않고 살면 이 세상은 꽃동산이다. 괴로울 일이 없는 부처의 세계이다.

무심도인(無心道人) 이란 말이 있다. 길가의 전신주처럼 무심하게 살 수 있다면 부처이다. 어느 선사에게 제자가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선사는 “법당의 기둥이니라”고 대답 하였다. 깨달음을 얻은 도인은 세상사의 좋고 나쁜 일에 마음의 변화가 없다. 환경의 변화에 대하여 마음의 동요가 없다. 인식의 주관인 육근(六根)이 그 대상인 육경(六境, 환경)에 대하여 흔들림이 없는 부동심의 경지이다.

금이 소나기처럼 쏟아져도 마음의 흔들림이 없다. 김동수의 ‘여여’는 ‘전신주’를 부동심의 상징으로 내세워 밤낮으로 흔들리며 살고 있는 중생에게 사물의 대상에 대하여 휘둘리지 말고 살 것을 읊고 있다. 시인은 “오는 비 다 맞으며/ 세상은 나같이/ 사는 거라고” 하며 세상을 사는 지혜를 설법하고 있다. 여여(如如)한 삶을 주장하고 있다. 평상심이 도라고 하였다.

이 세상과 인간은 억만 년의 세월을 두고 현재 환경에 적합하게 진화된 완성품이다. 청정법신인 대자연을 그대로 두고 거기에 순응해서 더불어 살면 화엄세상인데 갈고 엎고 뒤집어서 환경오염을 일으켜서 인간이 살 수 없는 오염된 지구를 만들고 있다.

옛 시인은 “산이고 강이고 그대로 두라/ 흰 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이라고 갈파했다. 중생의 마음이 본래 부처의 청정한 마음인데 거기다가 무엇을 붙이고 닦는다고 오염시켜서 부처도 중생도 아닌 요상한 괴물중생이 되어가고 있다. 아침에는 부처의 마음이다가 저녁이면 괴물의 이중적인 마음이 된다. 그래서 시인은 “한 세월 골목에서 그냥 산다”고 결구하였다. 깨달음의 한 소식을 담은 시구이다. 

김동수는 문학평론가, 시인, 교수로서 미당문학회 회장으로 전북문단을 이끌고 있는 문검(文劍)을 거머쥔 강호의 시걸(詩傑)이다. 지난해에는 시집 ‘그림자 산책’으로 조연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05호 / 2017년 8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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