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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일어나 새로운 세상 연다는 돌부처님 만나다

  • 교계
  • 입력 2017.08.29 16:07
  • 수정 2017.08.31 09:23
  • 댓글 2

법보신문 13차 삼국유사 순례
운주사‧보림사‧쌍봉사 등 답사
다양한 연령층 36명 불자 동참
보림사 주지 일선 스님 법문도

새로운 신행문화를 선도하는 법보신문이 전남 화순과 장흥 지역에서 제13차 삼국유사 성지순례를 실시했다.

8월26일 ‘남종선의 길’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성지순례에는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의 불자들이 참여했으며, 안내는 주수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이 맡았다.

오전 7시 서울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출발한 순례단은 용인 죽전간이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일행들을 싣고 화순 운주사로 향했다. 연일 계속되던 비가 그친 이날 날씨는 더없이 화창했고, 남도가 가까워질수록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 운주사 일주문을 지나 만나게 되는 운주사 구층석탑.
▲ 주수완 문화재 전문위원이 운주사 석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6명이 동참한 순례단이 운주사에 도착한 것은 11시20분께였다. 운주사를 한국불교 최대 미스터리로 꼽은 주수완 전문위원은 신라말 도선국사가 풍수지리에 근거해 비보사찰로 세웠다는 설, 관촉사 대불을 조성한 고려 혜명 스님이 1000여명과 함께 천불천탑을 조성했다는 설, 고려를 침략한 몽골군이 조성했다는 설 등을 차례차례 소개했다. 주 전문위원은 각 학설들이 갖는 한계를 설명한 뒤 “운주사는 석공 예비생들이 공부한 곳이고, 이곳 산재한 문화재들은 그들의 졸업 작품일 수 있다”며 새로운 설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운주사 창건를 둘러싼 얘기는 많지만 지금까지 그 어느 것도 정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그렇기에 우리가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여지가 많은 공간이 운주사”라고 말했다.

운주사에는 백제와 신라 석탑 및 불상 양식은 물론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탑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전남 지역에서 문화운동을 벌이는 무영 스님은 보물 제797호 석조불감에 대해 설명했다.

▲ 보물 제797호 운주사 석조불감. 전남 지역에서 문화운동을 벌이는 무영 스님은 이 불감이 진리를 향하되 세간을 등지지 않고, 세간에 머무르데 진리의 길을 걷겠다는 불교인의 정신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이 불감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주 색다른 양식입니다. 장방형 감실의 앞뒷면에 출입구를 내 두 분의 부처님을 모셔서 양쪽에서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 분은 법당을 향하고, 한 분은 일주문을 향하고 있습니다. 진리를 향하되 세간을 등지지 않고, 세간에 머무르데 진리의 길을 걷겠다는 불교 정신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소설가 황석영씨의 '장길산'에 등장하는 운주사 와불.
순례단은 운주사에서 가장 크고 높은 운주사 구층석탑을 지나 다른 곳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양식의 원형다층석탑을 살펴보았다. 또 ‘돌부처가 일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속설이 전해오는 운주사 와불과 북두칠성이 그대로 내려앉은 듯한 칠성바위 등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성지순례에 동참한 이석희(77)씨는 “예전에 운주사를 찾았을 때보다 정비가 잘 됐지만 와불 부처님은 그대로여서 반가웠다”며 “처음에 힘들어서 주저했지만 안 왔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장흥 보림사 일주문에서 바라본 대적광전.
▲ 국보 제117호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선종의 위상과 미의식이 잘 드러난 불상으로 평가받는다.
운주사 순례를 마친 일행은 푸짐한 반찬에 맛깔스런 음식으로 유명한 민속정에서 점심공양을 마치고 보림 장흥사로 향했다. 보림사는 운주사에서 40여분 거리에 있었다. 큼직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곳에 자리 잡은 보림사는 신라 선종 가지산파의 중심사찰이었다. 이후 끊임없는 중창과 중수를 거쳐 6‧25전쟁 때 소실되기 전까지 보림사는 20여동의 전각을 갖춘 대찰이었다. 국보 제44호 보림사삼층석탑과 국보 제117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보물 제155호 보림사동부도, 보물 제156호 보림사서부도, 보물 제157호 보림사보조선사창성탑 등 숱한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가 보림사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순례단을 맞아준 것은 보림사 주지 일선 스님이었다. 일선 스님은 순천 송광사로 출가해 봉암사를 비롯한 제방선방에서 오랫동안 정진한 선승이다. 또 송광사에서 10여년간 수련회를 이끌었으며, 전남 고흥 거금도 금천선원에서 간화선 실참을 바탕으로 참선을 지도했다. 특히 보림사 주지를 맡아 옛 명성과 사격을 되살리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었다. 주수완 전문위원의 설명으로 석탑과 철불, 부도 등 경내 문화재를 관람한 일행은 일선 스님의 법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 보림사 주지 일선 스님이 순례단에게 차와 법담을 선사했다.
▲ 스님의 법문을 듣는 순례단 동참자들.
“수행은 운전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혜가 지나치면 과속을 하는 것과 같고 너무 느리게 운전을 하면 정에 치우쳐서 무기에 빠지게 됩니다. 운전자가 도로 사정에 따라서 속도를 조절하듯이 정과 혜를 함께 닦아야 합니다. 보고 듣고 살피는 경계 가운데 분명하게 나타나는 한 물건, ‘이것이 무엇인가’를 늘 참구해야 합니다. 그것이 곧 법을 가슴에 새기는 것이며 우리가 정말 행복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일선 스님이 선사하는 보림사의 명품차를 마시고 스님의 당부를 가슴에 새긴 순례단은 마지막 목적지인 쌍봉사로 향했다. 쌍봉사는 동리산문 개산조 혜철 스님이 839년 중국에서 귀국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중국에서 남전보원 스님의 법을 이은 철감도윤 스님이 주석하면서 사세가 크게 번창한 것으로 추정된다.

▲ 화순 쌍봉사 대웅전. 삼층 목탑식 전각이 인상적이다.
▲ 가장 아름다운 승탑으로 알려진 국보 제57호 쌍봉사 철감선사승탑.
순례단은 목조 탑파의 형식을 하고 있는 대웅전을 꼼꼼히 살펴본 뒤 국내 최고의 승탑이라는 철감선사탑을 찾았다. 쌍봉사 서북쪽 능선에 위치한 국보 제57호 철감선사승탑은 목조건축을 모방한 것이 특징으로 세부 조각이 대단히 우수하고 섬세하다. 주수완 전문위원은 승탑의 구조와 문양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고, 동참자들은 연신 탄성을 자아냈다. 순례단은 이어 쌍봉사 지장전을 참배했다. 여기에서는 조선 현종 8년(1667) 조성한 빼어난 조각솜씨의 지장보살상과 시왕들을 볼 수 있었다. 오후 4시50분 쌍봉사 순례를 마친 일행은 서울로 향하는 순례 차량에 올랐고, 순례객을 태운 차량이 서울 조계사에 도착한 것은 오후 9시30분 무렵이었다.

“답사여행은 많이 다녔지만 이곳 순례는 굉장히 좋습니다. 주수완 박사님의 친절한 설명도 인상적이고요. 이번에 답사를 같이 간 우리 민주(9살)도 아주 좋아하네요. 모두들 좋은 인연입니다.”(오송원‧53)
“이번에 순례한 사찰 3곳 모두 좋았습니다. 보림사 일선 스님이 주신 차도 맛있었고요. 기회 닿는다면 우리 부부도 성지순례에 계속 동참할 생각입니다.”(김덕식‧58)
“내가 건강한 편이 아녀서 성지순례에 다니는 것도 이제는 힘이 많이 부칩니다. 그래도 여러 사찰을 다녀서 정말 좋았습니다.”(이영란‧71)
“제가 다녀본 성지순례 중 최고였습니다. 우리 문화에 대해 공부도 많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주수완 박사님의 설명이 일품이었습니다.”(이복수‧61)

▲ 법보신문 삼국유사 성지순례 동참자들.
한편 법보신문은 9월23일 ‘자장율사의 길’을 주제로 영월 법흥사와 정선 정암사를 순례할 예정이다. 02)725-7013

화순‧장흥=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06호 / 2017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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