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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정 불교도인가

한국불교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한국불교를 대표한다는 대한불교조계종이 서로 돌이키기 어려운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형국이라 하겠다. 이 땅의 수많은 불교도들은 ‘도대체 저분들은 왜 이리 싸우고 난리냐’며 창피해 죽겠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이 싸움의 승패가 지니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이곳저곳에서 ‘파사현정(破邪顯正)’ 구호를 외치고 있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정’은 무엇이고 ‘사’는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참으로 답답하고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 가눌 길이 없지만 그저 방관자로만 남아있을 수 없는 현실의 무게감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 20세기 한국사회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였다. 이 시기를 지나오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 특히 이른바 지식인그룹에서 ‘양비론(兩非論)’은 강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따져야하는 사안이 바로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적지 않은 지식인들은 교묘하게 양비론을 전개하면서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조계종 상황을 지켜보면서 적지 않은 승속 대중은 양비론을 떠올리게 된다. 교묘함으로 상징되는 양비론 이외에 보다 적합한 인식의 틀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지금의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8월31일 종로 보신각 앞에서는 ‘조계종 적폐청산 6차 촛불법회’가 열렸다. 이 법회에 참석하는 조계종 소속 스님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승려증을 소지하고 계신 모든 스님들께 묻고 싶다. 과연 지금 이 시점의 적폐는 무엇이고 청산되어야 할 적폐세력은 누구인가? 단언컨대 조계종 소속의 많은 스님들께서는 자승 총무원장 스님과 명진 스님으로 상징되는 ‘적폐세력’ 혹은 ‘신적폐세력’ 논쟁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세속 권력의 개입여부를 떠나 결국 이 갈등은 봉은사 주지직이라는 감투싸움에서 시작되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법회에서 한 스님이 종헌종법이라 쓰인 종이상자를 불태우는 일이 있었다. 이 퍼포먼스를 두고 종단 집행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거센 비판을 가하였다. 물론 조계종 승적을 가지고 있는 모든 분들은 종헌종법을 준수하여야 한다. 이것은 상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현 조계종 집행부의 종헌종법 위반 사례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으며, 심지어 상식과 원칙 수준에서 크게 벗어난 일들도 스스럼없이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현 조계종 집행부는 과연 종이상자를 불태운 일을 처벌할 만큼의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언젠가부터 일부 불교계 언론매체에 ‘해종언론’ 수식어가 붙기 시작하였다.  최근 한 종책모임에서는 ‘어용언론’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조계종 집행부에서 시작된 해종언론 구도는 이제 해당 언론사들의 종사자들에게까지 확산되고 말았다. 얼마 되지 않는 불교언론 종사자들이 서로 비난하고 더 나아가 이제는 서로를 원수 보듯 하는 이 가슴 아픈 현실은 과연 또 누가 초래한 것인가.

이 땅의 많은 불자들 가슴을 멍들게 하는 양비론의 함정은 오로지 불법에 의지하여 빠져나올 수밖에 없다. 보조국사 지눌 스님에서 시작된 수선사 결사는 한국불교 역사에서 가장 수승한 불교개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정작 지눌과 결사 구성원들이 표방한 지향점은 ‘오로지 부처님 계율대로(一依佛律)’ 살아가자는 것이었다. 승속을 불문하고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든 불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이 하나 있지 않을까 한다. 나는 진정한 불교도인가? 내가 지금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이 모든 것들은 과연 부처님 가르침 그대로를 따르는 것인가?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kimsea98@hanmail.net

[1406호 / 2017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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