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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재가수행자의 30년 위빠사나 수행기

  • 불서
  • 입력 2017.09.04 15:14
  • 댓글 2

‘茶毘 다비’ / 정해심 지음 / 에디터

▲ ‘茶毘 다비’
마른 장작더미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몸을 편안하게 얹어 놓았다. 불을 붙이자 장작더미가 천천히 타오르면서 불길은 점점 뜨겁게 달아올랐다. 붉은 숯덩이는 표면에서부터 하얀 재가 되어 날아가기 시작했다. 숯덩이가 하얗게 재가 되어 날아간 다음 몸은 남김없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깨어나니 몸은 편안해졌고 마음도 평온해졌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왔을까? 몸 구석구석이 타들어갈 때 온몸의 타들어 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했던 그 관찰의 힘이었다. 이 관찰의 힘을 가르쳐 주는 수행, 바로 위빠사나다.

“신이 아닌 정말로 인간적인 붓다가 실천한 수행법이라면, 신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영역이라면, 천분의 일이라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도 저도 잘 풀리지 않는 인생, 기왕 태어났으니 위빠사나나 한 번 해서 삶의 실체를 조금이라도 알아보고 죽자 싶었다.”

정해심은 이런 절박한 마음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했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해지는 검증된 길”이라고 했기에, 시작한 이래 30년을 치열하게 수행에 매진했다. ‘나는 누구인가’ ‘왜 태어나서 이렇게 살다가 가는 것인가’ 등 삶에 대한 궁극적 물음을 끌어안은 채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서 조금씩 삶이 이해됐다. 그러면서 스스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수행을 시작했지만, 출가자 못지않게 수행에 매진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장애를 만나고, 장애에 부딪히며 눈물도 많이 쏟았다. 그리고 마침내  어떤 장애든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실체에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여든이 된 지금도 수행을 이어가는 정해심은 이제 수행 초기에 가졌던 존재에 대한 질문은 해결됐다고 자신한다. 그래서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서 경험한 그대로를 이 책 ‘茶毘 다비’에 옮겼다. 20여 년 전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조심스레 정리해 내려간 수행 기록이다.

“수행자는 관념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만들지 말고, 그저 객관적으로 바라만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만들던 이야기의 생산 과정을 멈추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동적이며 동시에 편견으로 변형되기 쉬운 관념을 만드는 작업이 우리에게 괴로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몇 십 년 화두 붙들고 수행하면서도 지혜를 얻지 못한 이들이 거리를 헤매는 오늘날 상황에 비춰보면 저자는 그야말로 선지식이다. 저자가 수행초기에 가졌던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해결했다고 자신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은 ‘나’라는 고정된 실체를 찾으려 했던 것임을 직접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든 살 재가 수행자가 30년 동안 치열하게 경험한 수행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나’라는 것은 망상이며, 모든 것은 변해 가는 과정일 뿐임을 저절로 알게 되었다”는 저자를 지남으로 삼아 수행의 길에 들어서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1만 3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06호 / 2017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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