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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자원순환의 날

기자명 최원형

폐기물 재활용한다면 얼마나 많은 이익이 될까?

알고 지내는 비구니 스님은 겨울이면 재미난 바지를 입으신다. 은사스님의 은사스님께서 입으시던 바지를 은사스님께서 물려 입으시다가 이제 본인에게로 왔다며 자랑을 하시는 그 바지는 깁고 덧댄 바지다. 같은 회색이지만 밝고 어두운 천조각들이 조화를 이루어 의도하지 않은 멋스러움까지 느껴진다. 여러 번 덧대다 보니 천이 두툼해져서 한결 따뜻하다고 했다. 조각난 천들을 모아뒀다가 깁고 덧대며 입었던 게 오래지 않은 과거인데 이제 옷은 지천으로 흔해진 세상이 됐다. 흔해진 게 옷뿐일까? 물건이 흔해진 만큼 자원고갈 속도와 늘어가는 쓰레기문제가 대두되었다. 소비하고 폐기하는데서 끝나버리는 한쪽 방향 화살표를 살짝 구부려 순환을 하자는 자각이 일기 시작한 지도 꽤 됐다.

흔해진 물건만큼 자원 고갈돼
자원 순환에 대한 자각 움직임
업사이클링 브랜드 늘어나기도
독일은 폐기물 중요한 자원 여겨

영국의 엘비스앤크레스(Elvis&kresse)는 영국소방청에서 공급받은 폐 소방호스를 가공해서 가방, 벨트, 지갑, 방수주머니 등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이 회사는 물건을 팔아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소방관을 위해 기부한다. 이 기부금은 부상당한 소방관의 치료를 지원하고 순직한 소방관 유족을 위한 심리 치료 지원 등에 쓰인다. 쓰레기 통으로 들어갈 처지에 놓인 물건들이 가방이며 벨트 등의 물건으로 재탄생하는 걸 업사이클링이라고 한다. 소방관들이 쓰던 호스로 소방관을 돕는 일을 하게 되니 자원 재활용할 뿐만 아니라 기부문화로 이어지는 일석이조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 업사이클링 업체의 대명사처럼 돼버린 ‘터치 포 굿’은 현수막으로 가방 등 소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행사를 알리기 위해 일회성으로 쓰고 버리는 현수막이 낭비되는 것에 착안해서 현수막으로 새롭게 제품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기업이 된 것이다. 업사이클링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은 무궁무진하다. 길바닥에 붙은 껌은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신발에 붙어 행인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껌을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플라스틱 소재를 연구하던 한 대학생은 어느 날 길거리에 붙은 껌을 보고 재활용을 생각했다. 그렇게 껌드롭(Gumdrop Ltd)이 탄생했다. 껌드롭은 고무 및 플라스틱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합물의 범위로 씹던 껌을 재활용해서 가공하는 세계 최초의 회사다. 거리 곳곳에서 껌을 수거하는 껌 쓰레기통인 분홍색 껌드롭을 만들어 다시 거리 곳곳에 설치한다. 껌을 씹던 사람들은 분홍색 껌드롭 통이 보이면 씹던 껌을 그곳에 버린다. 그렇게 껌드롭이 가득 차면, 껌드롭과 함께 폐기물 껌이 재활용되어 새로운 껌드롭을 제조한다. 껌드롭의 도움으로 재활용 및 가공된 껌은 비올 때 신는 고무장화에서 휴대전화 커버, 포장재, 머리빗 등 다양한 제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독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독일이 천연자원은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라는 건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 사정도 이와 매우 흡사하다. 그런데 독일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여기는 게 바로 폐기물이다. 이 말의 의미를 우리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역시 광물자원의 90%,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원자재 수입은 하루에 1조원, 일 년에 371조 가량 된다. 우리나라 4대 수출품목인 철강, 반도체, 자동차, 선박 수출액이 다 합쳐야 231조원이다. 수입액이 수출액의 1.5배를 넘는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비싸게 수입한 자원이 소비된 후 연간 2,278만 톤이라는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하고 있다. 자원의 낭비가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것만도 심각한데 매립 혹은 소각되는 폐기물 가운데 56% 이상은 고스란히 재활용이 가능한 유용자원이라는 사실이 더욱 심각하다. 종량제 봉투만 하더라도 그 안에 들어있는 쓰레기 가운데 70%가량은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다. 그러니 독일 사례에 비춰볼 때 폐기물을 자원으로 재활용한다면 얼마나 많은 이득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독일 폐기물산업은 재활용을 통해 탄소배출도 크게 감축하고 있다. 독일의 폐기물 가운데 재활용되는 포장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85%로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높다. 9월 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9를 거꾸로 돌리면 6이 되니 계속 순환시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폐기로 끝나기 전에 되돌려 순환시키는 일, 궁리하면 통하지 않을까?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06호 / 2017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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