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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카포타 자타카

비둘기 충고 잊은 까마귀의 최후

▲ 태국중부 수코타이(Sukhothai) 왓시춤(Wat Si Chum)의 카포타 자타카(Kapota Jātaka).

부처님께서 전생에 동물로 태어난 이야기들은 많다. 그 중에서 부처님께서 비둘기로 태어나 욕심이 많은 까마귀와 함께 지냈던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다. 부처님께서 사위성 제타와나에 머무르실 때 한 욕심이 많은 비구에 대해 이야기 하시면서 과거를 이야기했다.

인간 음식 탐하지 말라는
비둘기 조언 끝내 거부해
털 뽑히고 고통스럽게 죽어

한때 브라흐마닷타왕이 바라나시를 다스릴 때 부처님께서는 비둘기로 태어나셨다. 그때 바라나시의 주민들은 공덕을 쌓기 위해서 새들이 머무를 수 있는 둥지를 바구니로 만들어 마을 곳곳에 걸어 놓았다. 부처님께서는 바라나시의 부유한 상인의 집 부엌 천장에 걸려있는 바구니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음식을 찾아서 들판으로 나갔고 밤이 되면 둥지로 돌아와서 밤을 지냈다. 그런데 하루는 부엌 위를 날아가던 까마귀가 맛있는 생선과 고기 냄새를 맡고 가만히 멈추어서 부엌을 관찰했다. 그리고 비둘기 한 마리가 그 부엌 천장에 매달려 있는 둥지에서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비둘기를 이용해서 생선과 고기를 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침에 비둘기에게 접근한 까마귀가 말했다. “스승이시여, 당신의 덕행이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비둘기는 “친구여, 그대가 먹는 것과 내가 먹는 것이 다른데 어떻게 함께 지낼 수 있겠습니까”라고 답했다. 까마귀가 먹는 시간을 빼고 항상 비둘기를 따르겠다고 답하자 비둘기는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하면서 까마귀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부엌에 있던 요리사는 까마귀를 위해 천장에 바구니를 하나 더 걸었고 까마귀는 그곳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하루는 집 주인이 많은 양의 생선과 고기를 사서 집으로 왔다. 까마귀는 다음날 생선과 고기를 먹기로 결심하고 밤새 둥지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잠을 잤다. 아침에 비둘기가 먹이를 구하러 들판으로 나가자고 하자 까마귀는 배가 아파서 못나가겠다고 했다. 비둘기는 “여기 남아 있으면 생선이 먹고 싶어 질 것입니다. 인간의 음식을 소화하기 힘듭니다. 욕망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마세요”라고 조언한 뒤 들판으로 나갔다. 요리사는 둥지에 까마귀가 남아 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채 부엌에서 생선과 고기를 요리한 후 잠시 밖으로 나갔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까마귀는 바구니에서 나와 생선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 그릇 위에 앉았다. 하지만 그릇이 흔들이면서 소리가 났고 부엌으로 다시 들어온 요리사에게 발각되었다. 요리사는 ‘이 간사한 까마귀가 주인님을 위해 요리한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구나’라며 화를 냈다. 그는 한손으로 까마귀를 잡아서 깃털을 다 뽑아 버리고 생강가루와 향신료를 뿌린 버터를 까마귀 몸에 바른 후 둥지에 집어 던졌다. 그날 저녁 비둘기가 돌아와서 고통스러워하며 죽어가는 까마귀를 발견했다. 비둘기는 “불상한 까마귀여, 나의 조언을 듣지 않았군요. 당신의 욕망이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한 후 다른 곳으로 날아가 둥지를 틀었다. 결국 까마귀는 자신의 욕망 때문에 그곳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한다. 태국 중부 수코타이 왓시춤 사원의 벽화는 부엌으로 돌아온 비둘기와 털이 뽑힌 채 둥지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까마귀의 모습을 대비해서 보여주고 있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06호 / 2017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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