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절 좋다”면서
이웃에 권하지 않는 이유
비규칙적 법회·음력 불편
쉽고 재밌는 가르침 절실
세상의 모든 일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잘 들리지 않는 곳에서도, 빛이 잘 들지 않는 곳에서도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고 무수한 삶이 아름답게 엮이어 가고 있다. 우리 세상은 스타들의 놀이터가 아니라 작게 손잡은 모든 사람들의 큰 그물망으로 보는 것이 더 잘 보는 일일 것이다.
모두들 제주에 와서 약천사를 봤다고 하지만 우리들은 안다. 그 참배객들의 이미지에 남아 있는 사찰의 모습과 환경에 대해서 말이다. 아침에 사원은 더욱 해맑다. 해맑을 뿐만 아니라 상서러운 기운이 가득하다. 사원의 아침기운을 한 번 느끼거나 잘 아는 사람들은 언제나 이른 아침에 참배를 온다. ‘민재’랑 ‘보예’는 이른 아침 절을 찾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참배하러 왔었다. 법당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는데 ‘리틀 붓다’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우리들의 오만한 생각에 서귀포를 떠나 제주도와 전국의 많은 분들에게 존재감을 심었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서귀포시내에 살고 있는 불자가 우리 합창단의 존재를 모른다는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렇지만 얼마 전 한중수교 25주년 기념행사에서 부채춤을 추며 ‘첨밀밀’을 부르던 동영상을 법당 피아노 옆에서 보여줬더니 당장 자신도 합창단에 가입하겠다고 했다.
더구나 ‘민재’는 학교에서 교가 부르기 대회에서 일등을 했다고 자랑하는 걸 보니 음악에 관심이 많은 게 분명하다. 이어 말을 잇는 어머니는 일요일 교회 가자는 친구들의 요구에 아이들이 여러 번 따라 나섰는데 흥미를 갖지 못해서 다행이라 생각도 했다며 그냥 일요일에는 놀고 있다고 했다.
불자들은 함께 절에 가자는 권유를 너무 안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왜 그럴까? 많은 토론도 하고 연구 자료들도 있다. 나름 종합해본다면 법회의 비규칙성인 것 같다. 일주일 한 달을 리듬으로 생활하는, 양력을 사용하는 현대인들이에게 음력 법회일은 혼돈스럽다. 물론 전통을 따르는 것도 좋지만 함께 모여 법을 전하는 일은 시간과 장소의 편리성을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또 하나는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교리의 단순성을 확보하지 못하는데 기인하는 것 같다. 오래 절에 다닌 보살님들도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 물론 불법의 심오함을 어찌 알겠는가 하는 겸손으로 듣기는 하지만 아쉬움이 크다.
교회는 이 두 가지 접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다닌지 1개월 밖에 안 된 사람이 내게 교회와 예수님 이야기라며 강변하는 이를 만난 적이 있다. 불교를 접하고 신행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배려하고 누구나 쉽게 부처님 정법을 알 수 있는 표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다.
정말 불법과의 깊은 인연인지 ‘민재’랑 ‘보예’는 그날 바로 합창단에 가입하고 연습도 한다. 일요일이면 이제 부처님 도량에 와서 부처님 노래를 부르며 자라날 어린 불자들을 생각하니 9월은 너무 벅차도록 희망차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406호 / 2017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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