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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교조각 감정의 요소들

기자명 이숙희

불상 감식안, 부단한 노력 외 왕도는 없다

▲ 금동보살입상, 고구려, 높이 12.1cm.

문화재감정이란 시대양식, 제작기법, 재료(재질) 등 여러 문제들이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어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이를 알기 쉽고, 객관성 있게 글로 적는다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불상 감식안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 왔던 것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문화재감정위원으로서 자부심과 긍지 때문이다. 나 역시 독실한 불자는 아니지만 불상을 전공하기에 자연스럽게 사찰에 가는 일이 많았고 법당에 들어서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했다. 이런 불교의 인연으로 불상을 공부하게 되고 문화재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삼국부터 조선까지 조성된 불상
시대 따라 도상·양식 특성 다양
착의법·옷 주름·지물·명문 등서
진위 감별하고 조성시기 추정

불상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개 어두운 밤 사찰의 법당 안에 홀로 있을 때에도 두려움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불상에 다가가서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든지, 옷 주름을 한 번 만져 보고 불상의 밑바닥과 대좌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이는 무서움이 없는 성격 탓이 아니라 불력(佛力)으로 모든 잡신을 쫓아낸다는 벽사(?邪)의 의미를 굳게 믿는 한편, 불상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하는 행동이다. 불상의 얼굴이나 법의의 착의법, 옷 주름 표현 등을 눈여겨 살펴보면, 불상의 제작 시기나 진위여부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불상의 경우, 명문이나 출토지를 알 수 없을 때에는 우선, 전체적인 형상과 신체비례가 어떠한지를 본다. 이에 따라 불상이 어느 시대에 속하며 어떤 지역적 특성에 부합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불상은 종교적인 예배대상으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기에 각 시대에 따른 도상과 양식적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삼국시대의 6세기에는 중국 남북조의 영향을 받아 얼굴과 손이 몸에 비해 큰 편이며 길고 날씬한 신체 모습을 보여준다. 7세기부터는 점차 볼륨과 부피감이 늘어나고 8세기의 통일신라시대에는 중국 당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균형이 알맞은 신체비례나 몸 각 부분의 유기적인 연결 등 인체 묘사에 관심을 두면서 양감이 강조된 불상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9세기 이후에는 사실적인 조각 경향에서 벗어나 점차 재현성이 강한 불상과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불상, 장식적이고 단아한 불상이 공존하면서 다양한 형태와 양식의 고려시대 불상이 등장하였다. 또 조선시대에는 불교가 위축되면서 인체 표현에 대한 관심이 현격하게 줄어들어 크기가 아담해지고 상체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머리와 신체 간의 비례가 짧아지고 고개를 숙여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자세도 종종 볼 수 있다.

▲ 금동약사불입상, 통일신라, 높이 29cm.

그 다음에는 불상의 얼굴 표현이나 법의를 입는 착의법, 옷 주름, 손 모양 및 지물 등이 시대적 특징에 부합하는지를 본다. 특히 불상의 얼굴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특징적인 차이가 있어 쉽게 모방하기 힘들기 때문에 진위여부를 가려낼 때 감정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불상의 진위여부를 판단한 다음, 시대별 양식에 의거하여 조성시기를 추정하게 된다.

시대별 불상양식이란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불상에 나타나는 공통된 불상형식과 특징을 말한다. 앞 시기의 다양한 불상양식을 수용하여 하나의 전형적인 모습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다른 시대와는 구별되는 특징적인 불상양식을 만드는 것이다. 그 예로 통일신라 후기에 이르면, 불상의 육계가 낮아지면서 머리와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가운데에 계주가 장식되기 시작하는데 고려와 조선시대 불상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정상계주와 이중의 계주는 조선시대 불상의 특징으로 시대양식을 구분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법의의 표현에서도 통일신라시대에 인도의 영향으로 아육왕식(阿育王式)과 우전왕식(優塡王式)의 착의법이 등장하였다. 아육왕식 옷 주름은 목에서부터 가슴, 다리를 거쳐 발목에 이르기까지 U자형의 주름이 연속적으로 늘어져 있는 형식이다. 반면에 우전왕식은 가슴 위에서 내려온 옷 주름이 허리부분에서 양쪽으로 나뉘어 두 다리 위에 표현된 형식이다. 그러나 통일신라 이후의 불상에는 중국식 법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항마촉지인과 지권인의 손모양은 통일신라시대 불상에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8세기 중엽 이후의 불상에 나타난다. 이러한 시대별 불상양식은 모든 불상에 다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불상은 대체로 경전상의 의궤를 따르고 있어 도상적인 규범의 제약을 받기에 그만큼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가령, 근래에 제작된 불상의 경우 도상적으로는 고식(古式)의 불상양식을 따르더라도 얼굴이나 법의의 착의법, 옷 주름 표현, 명문 등에서 서로 다른 시대적 특징이 나타나 있거나 조각기법 및 재질면에서 차이를 보인다면, 쉽게 모방작임을 알 수 있다.

▲ 장곡사 금동약사불좌상, 고려 후기 1346년, 높이 88cm.

금동불이나 철불과 같은 금속제 불상을 감정할 때에는 불상의 양식이나 도상적 특징 외에 주조기법, 세월에 의한 부식 및 녹상태, 도금상태, 표면에 남은 작업 시의 마무리 흔적 등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즉, 부식 및 녹상태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지, 도금상태는 적절한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명문이 있는 경우는 글씨체, 내용, 조각기법이 불상과 시기적으로 맞는지 또는 후대에 새겨진 것인지 등이 불상의 진위여부에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금동불상의 무게 역시 유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일단 위작일 경우 세월이 흐르면서 일부 부식되어 동(銅)성분이 일부 빠져 나갔기 때문에 진작의 불상보다는 무게가 비교적 가벼운 편이다.

최근에 일본 쓰시마[對馬島]에서 도난되어 국내로 들어온 불상의 진위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눈으로 보는 육안 감정보다는 현미경이나 성분분석을 통한 자연과학적 분석조사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같은 불상을 분석하더라도 보편적이고 체계화된 방법이 아니면 분석결과에 차이가 있거나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금속, 돌, 나무 등 불상의 재료와 환경에 따른 부식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조사가 이루어질 뿐 아니라 성분분석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불상을 감정할 때에는 자연과학적 분석 외에 외형적인 형태나 시대양식, 제작기법 등에 대한 고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 수종사 석탑 출토 금동불좌상, 조선 1628년, 높이 10cm. ‘문화재대관’ 보물 불교조각Ⅰ(문화재청, 2016)

불상을 감정하는 데에는 왕도(王道)는 없다. 오랜 기간의 실물경험을 통한 감식안을 바탕으로 실제로 위작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제작과정을 많이 보고 연구하여 전문가적인 안목을 축적하는 부단한 노력밖에는 없다. 이렇듯, 수준 높은 감식안은 단시일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많은 유물을 보면서 익혀야만 가능한 것이다. 물론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점들을 지속적으로 보완한다면,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불상의 진위문제에 대한 조금 더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06호 / 2017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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