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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자심(不欺自心)

자기를 속이지 맙시다

올해 초 법보신문 출판 자회사 모과나무는 ‘성철평전’을 펴냈다. 누더기 옷을 기워 입으며 평생 출세간을 떠나지 않았던 성철 큰스님의 맑은 삶을 담은 ‘성철평전’은 촛불정국의 혼란 속에 큰 화제가 됐다. 2월에 열린 성철평전 출간 북 콘서트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박원순 서울시장, 주호영 국회 정각회장, 문재인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들이 축하영상을 보냈다. 당시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던 문 대통령은 ‘성철평전’ 내용 중에서도 가장 감명 깊은 가르침으로 ‘불기자심(不欺自心)’을 꼽았다.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가르침이 가진 의미는 깊다. 남을 속이는 것을 넘어 자신까지도 속이지 말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남에겐 독하고 나에게 관대한 것이 사람들의 성정이다. 그래서 자신을 속이지 않기란 쉽지가 않다.

요즘 ‘불기자심’이라는 말에 걸리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독재를 미화하고 사이비 단체에 몸을 담았던 박성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가 “포항은 주님이 주신 것”이라는 종교편향적인 발언을 했던 것이 밝혀졌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 회복을 외칠 때 국내 대표 극우인사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연 사실도 드러났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생활보수’라는 황당한 논리로 비호했다. 전 정부 때였으면 누구보다 앞장 서 적폐라고 핏대를 높였을 사람들의 갑작스런 돌변에 당혹스럽다. 사드 배치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군사작전 하듯 사드를 추가 배치했다. 졸속배치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 국회 공론화, 환경영향평가 등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았다. 상식 밖의 도발을 자행하는 북한과 강대국에 끼어있는 엄중한 상황에서의 고뇌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전 정부 때는 적폐, 졸속, 무능으로 몰렸던 일들이 정부가 바뀌었다고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에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우리들 자신이다. 촛불을 통해 절박하게 탄생시킨 정부이기에 더욱 애정이 가고, 그렇기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어느 때보다 많다. 그래서 비판하기도 조심스럽다.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성철 스님의 가르침이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07호 / 2017년 9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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