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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역할과 사명

기자명 광전 스님

총무원장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가 가까워짐에 따라 교계언론의 기사를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데 언론의 성향에 따라 기사의 방향이나 내용이 경이로울 정도로 다른 점이 이채롭다. 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형제간에도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같은 사안을 놓고도 저리도 다르게 인식하고 판단하는 것을 보며 언론의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정권에 호의적인 언론을 어용언론이라 낮잡아 부른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던 진보성향 언론이나 방송이 현재 두 야당의 모습에 비판을 하자 이들을 어용언론이라 몰아가는 세력들이 등장한다. 단지 정권에 비판적이지 않으면, 우호적인 것이고 이는 곧 어용이라는 논리로, 마치 정권에 반대하면 ‘친북 좌빨’이 되어버리던 그 어느 정권에서처럼 말이다.

기존의 공중파나 조중동의 종편을 보고 있자면 이건 언론이 아니라 북한 중앙방송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된다. 어떤 사안에 대한 심층보도보다는 일방전달식 뉴스가 대부분이라 왠지 세뇌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 대선 기간 중 유시민 작가는 만약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정치권 복귀를 할 것인지 묻는 질문들에 이렇게 대답했었다. 자신은 더 이상 직접적인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고 ‘진보어용지식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그는 당당하게 ‘어용’이라는 타이틀을 자신에게 붙인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이 노무현 정부시절 정말 힘들었던 것은 비판하는 언론이 많아서도 아니었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없어서도 아니었고, 정말 객관적으로 비판하는 지식인이나 언론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잘한 것은 잘했다 하고 못한 것은 못했다 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은 기득권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이 몰아가는 프레임 논쟁이나 이슈화에 사람들이 휘둘려 왔던 것이 사실이고, 권력자들은 그런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 왔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옛날이야기가 되어가고 있고, 이제 세상이 변해 언론이 언론답지 않은 행태를 보이면 언론자체가 즉각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고 그 비판이 실시간으로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가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니 언론이 사람들의 지지나 인정을 받으려면 논리적으로도 결함이 없어야 할 뿐 아니라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뉴스를 만들고 전달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어떤 기업의 홍보 문구처럼 철저히 고객중심의 언론이 되어야 하는 세상이 도래했다고나 할까? 그렇지 않고 과거처럼 자신들이 여론을 조장할 수 있다고 믿고 섣부른 논리로 자신들의 성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려는 언론은 이제 살아남기 힘들게 되었다.

언젠가 JTBC의 손석희 아나운서가 언론의 역할에 대해 말한 내용이 떠오른다. “언론은 정권을 견제하고, 민의를 전달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다.”

요즘 우리 종단에 ‘해종언론’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해종언론이란 말을 사전적으로 분석해보면 종단에 해가 되는 언론이란 뜻일 것이다. 그 개념을 반대로 뒤집어 보면 종단에 이익이 되는 언론도 존재할 것이다. 언론을 평가하고 판단할 때 그 언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정당한지 부당한지, 일반 대중의 뜻을 전달하고 있는지 아닌지,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권력자를 견제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놓고 따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나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놓고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고 시대착오적인 일인가?

사실을 사실에 입각해 보도하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지양하며 약자를 대변하고 힘 있는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야 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펴는 교계언론의 나아갈 방향이 아니겠는가?

광전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chungkwang@yahoo.com

[1407호 / 2017년 9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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