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 따르면 만년의 일연 행적은 정치권력 향배에 따라 전개됐다. 일연이 대선사가 되고 선월사에 주석하게 된 것도 왕정복고 세력들과 연계됐기 때문이다. 이때 수선사를 대신할 계승자로 부각되었고, 중앙 정치권력을 배경으로 경상도의 여러 사찰에 주석하면서 가지산문의 재건에 힘쓰던 중 국존에 책봉되기에 이르렀다. 일연이 최고 승직의 길을 걷는 동안 가지산문은 왕권과 밀착해 수선사와 백련사를 대신해 불교 중심세력으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수행자 일연은 왜 만년에 이르러 꽃길을 선택하게 됐을까? 저자는 개인의 영달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많은 고뇌와 자기성찰, 암울한 시대상에 대한 인식이 따랐을 것으로 봤다. 그래서 본래 승려로서 지향했던 수행과 교화를 위한 노력이 장년기 이후 그의 유명세를 이용하기 위한 단월(시주자)들에 의해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결국 그가 만년에 나아간 길은 ‘삼국유사’ 저술이었다. 이를 통해 무신정권, 대몽항전, 원나라 간섭기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고통 받았던 민중들에게는 구원과 희망을 제시하고, 이민족의 침탈에 대해서는 민족의 자존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이같은 내용을 ‘일연 연구의 기초적 접근’ ‘일연의 생애와 활약상’ ‘일연의 사상과 특징’ 등 다섯 개 장으로 구분하고, 12개 논문을 통해 세세하게 조명하면서 ‘삼국유사’를 시대의 고민과 일연 및 불교세력의 사관을 반영한 역사서로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3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07호 / 2017년 9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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