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7.11.19 일 03:30
> 연재 | 김성순의 지옥을 사유하다
33. 희생의례와 천계다음 생 결정짓는 것은 의례 아닌 업
김성순  |  shui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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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1  17: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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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차에서는 초열지옥의 아홉 번째 별처지옥인 대발두마처(大鉢頭摩處)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해보기로 하겠다. 이 무종몰입처 역시 사람의 목숨을 바치는 외도들의 의례 방식에 대해 불교에서 지옥교의를 빌어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좋은 곳 태어나려 살생하면
극락왕생 인도하는 연꽃마저
혹독한 고문 도구로 탈바꿈
불교가 외도 견책하는 의미


중요한 것은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그 외도들의 의례가 강제로 죽이는 것이 아닌, 잘못된 믿음에 근거한 자원(自願)의 형식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인신희생제의의 교의적 근거는 “의례에서 희생된 이는 다음 생에 원하는 곳에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후생을 결정하는 것은 전생에 닦은 수행을 비롯한 업(業)이지, 의례가 아니므로 이러한 외도의 교의와 충돌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후생에 원하는 곳에 태어나기 위해 살생을 저지르는 격이 되므로 더더욱 불교 쪽에서는 용납하기 힘들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별처지옥에 왜 대발두마[maha-padma], 즉 ‘큰 연꽃’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일까? 이는 대발두마지옥에 떨어지는 죄인들이 거대한 연꽃 안에서 오백 요순이나 되는 금강가시에 온몸을 찔리고, 불꽃에 타면서 고통을 겪는 형상을 상징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으로는 인신희생의 공양의례를 행하던 외도들이 지향하던 것이 후생에 천상에 태어나는 것이었으므로 불교의 정토왕생과 선명하게 비교해보라는 의미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정토 교의에서는 중생이 정토에 왕생할 때, 연꽃 속에 화생(化生)하는 형태로 나게 된다고 한다. 경전마다 약간씩 다른 이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배 연못 위에 떠있는 커다란 연꽃 속에 나서 기다림의 시간(경전마다 시간의 길이가 다름)을 거쳐 불퇴전하는 상태로 정토에 안주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정토에서는 왕생인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큰 연꽃이 초열지옥의 별처지옥인 발두마처에서는 고통을 가하는 고문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외도들이 천상에 나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바치는 의례를 행했으나, 실상 그들이 가게 되는 곳은 극락이 아니라 지옥이며, 그들을 데려다주는 연꽃 역시 지옥에서는 고통과 죽음의 꽃임을 직시하라는 불교 측의 경고인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초열지옥의 열한 번 째 별처지옥인 ‘악험안처(惡險岸處)’는 어떠한 업인으로 가게 되는 곳일까? ‘정법념처경’에서는 “물에 들어가 죽는 자는 모든 죄가 멸해지며, 팔비(八臂)세계에 나서 불퇴전하게 된다”고 믿는 외도들이 이 지옥에 가게 된다고 하였다. ‘팔비(八臂)’는 여덟 개의 팔을 가진 신으로서, 팔비세계는 대자재천이 주관하는 천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이 ‘악험안처’의 배경에는 천계에 태어나기 위해 선업 등을 쌓는 수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물에 뛰어드는 방식을 택하는 외도들에 대해 불교 측에서 견책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악험안처에 떨어진 외도들은 어떠한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일까? 이 악험안처에는 높이가 일천 요순이나 되는 험한 벼랑이 있는데, 옥졸들이 죄인을 부르며 “이 산을 넘으면 즐거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며 부추긴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산에는 늘 불꽃이 타고 있어서 죄인들에게 불이 옮겨 붙기도 하고, 벼랑을 오르면서 의지하기 위해 불꽃의 돌을 잡았다가 온 몸이 함께 타기도 한다.

다음으로 초열지옥의 열두 번째 별처지옥인 금강골처(金剛骨處)는 연기(緣起)의 진리를 부정하면서 “세간의 모든 무정·유정 중생은 인연이 없이 생겼다가 인연이 없이 멸하는 것처럼 모든 법도 그러하다”고 믿고, 다른 이들에게 가르치는 외도들이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다.

이 금강골처의 죄인들은 기나긴 고통의 시간 후에 지옥에서 벗어나더라도 오백생 동안 자신의 뇌수를 먹는 아귀로 태어나고, 그 다음 수백 생 동안은 도마뱀과 같은 축생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이처럼 외도와 관련된 지옥 교의에서는 죄업이 소멸한 후에도 수백 생에 걸쳐 아귀와 축생으로 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라 하겠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407호 / 2017년 9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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