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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시위 자타카-상

왕에게 보시 의미 일깨운 부처님

▲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Borobudur)의 제1회랑의 시위 자타카(Sivi Jātaka).

부처님께서 전생에 수많은 공덕을 쌓은 이야기는 단순히 동물의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는 신으로 태어나시기도 하고 인간으로 태어나시기도 하면서 신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선행과 덕행을 통해서 공덕을 쌓으셨다는 이야기들이 자타카에 전해진다. 부처님께서 시위왕으로 태어나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보시행을 하셨다는 이야기는 아주 유명하며 남방불교와 북방불교 전역에 알려져 있다. 팔리 자타카에 나타나는 시위왕 이야기와 북방불교 문헌에 나타나는 시위왕 이야기에 차이가 있으며, 남방불교의 시위왕 이야기는 북방불교의 시위왕 이야기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흥미롭게도 남방 팔리 자타카와 아리야슈라의 자타카말라에 나타나는 시위왕 이야기가 아주 유사하지만,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벽화나 부조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제1회랑의 시위 자타카 부조가 보여주고 있듯이 북방불교 시위왕 이야기가 더 잘 알려져 있었던 것 같다.

보시에도 감사 표시 없자
화가 난 왕 부처님에 따져
보시의 의미 듣고 깨우쳐

먼저 남방 팔리 자타카를 중심으로 보시행이 핵심을 이루는 시위 자타카의 줄거리를 살펴보도록 하자. 부처님께서 사위성 제타와나에 머무르실 때, 파세나디(Pasenadi)왕이 왕비 말리카(Mallik?)의 권유로 불교에 귀의하게 된다. 그는 7일 동안 부처님과 불교교단을 위해 왕비와 모든 신하들을 동원하여 거대한 보시를 행하게 된다. 모든 스님들이 왕궁에 초대되어 왕과 왕비를 포함한 신하들에게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공양과 선물을 받았지만, 보시가 끝난 마지막 날 부처님께서는 왕과 왕비를 포함한 신하에게 감사의 인사와 축복을 내리지 않고 그냥 제타와나로 돌아가 버리신다.

파세나디왕은 화가 나서 제타와나로 찾아와 부처님께 따지게 된다. “존경하는 스승이시여, 왜 당신께서는 감사의 인사와 축복을 내리지 않고 떠나셨는지요?” 부처님께서는 “왕이시여, 왕궁에는 불교교단에 내리는 보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때문에 저는 감사의 인사와 축복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인색한 이들은 천상세계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어리석은 이들은 보시를 찬양하지 않습니다. 오직 현명한 이들만이 보시에서 기쁨을 찾습니다. 그리고 이들만이 행복한 곳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고 답했다.

보시란 자신에게 속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주는 행위이다. 따라서 보시를 행함에 있어서 마음의 주저함이나 아까워하는 마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일종의 수행으로서 보시행이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에 있어서 어떠한 주저함이나 아까워하는 마음도 없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보시를 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부처님께서는 보시를 행한 사람들 중에 불교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이 보시를 주저하거나 아까워하였기 때문에 감사의 인사와 축복을 내릴 수 없었다고 답한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파세나디왕은 크게 깨우치고 즉석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의복을 진심으로 부처님에게 보시한다. 불교교단의 모든 스님들은 왕의 엄청난 보시행을 진심으로 찬양하게 되었다. 다음날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을 모아놓고 인도 전역에 보시행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더 많고 더 어려운 보시행을 하려는 마음을 결코 내려놓지 않았던 시위왕 이야기를 하게 된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07호 / 2017년 9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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