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작가의 ‘오르는 사람’은 차갑게 얼어붙은 겨울의 빙벽을 기어오르는 클라이머를 이미지화한 작품이다. 거대한 절벽의 거칠고 험준한 바위는 마치 인간의 삶, 집착, 생노병사를 보는 것 같다. 그 속에서 자신을 정복하고 뛰어 넘고 싶은 인간의 순수한 의지와 욕망이 보인다.
9월13~19일 서울 종로 인사동마루 3층 광주•전남갤러리에서 이윤호 개인전 ‘오르는 사람’이 열린다. 그는 수묵으로 정화된 삶의 풍경들을 담아낸다. 섬세한 수묵의 변화를 펼쳐 보이는 화면은 여리고 짙은 감수성을 느끼게 한다. 일필로 휘적휘적 그어나간 그의 화면은 일견 문인화적인 묘취를 연상케 한다.
이윤호 작가는 1970년대 후반 한국화의 정체성 추구와 새로운 조형적 가치 탐구라는 시대적 과제에 수묵을 매개로 동참했다. 도시의 다양한 표정들을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수묵이라는 매재로 줄곧 집약했다. 세태가 변하고 시류가 바뀌어 수묵의 위상이 이전과 같지 않았음에도 그는 일관되게 수묵으로 그의 삶과 예술을 기록해왔다.“오르는 사람의 모습은 ‘나는 무엇인가, 그림은 무엇이며, 나는 왜 그리는가?’라는 화두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내 삶의 자화상이자 어쩌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지도 모르겠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08호 / 2017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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