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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축색(隨聲逐色)

청소년 문제 이성적 접근 필요

부산과 강릉 여중생 폭행사건을 계기로 청소년 범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어린이를 유괴살해 하는가하면, 잔혹한 폭행사건에 국민들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범죄 증가 이유가 가벼운 처벌에 있다며 ‘소년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래 학생을 때려 피투성이로 만들고 죄의식 없이 SNS에 올리는 행위가 용납될 수는 없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만이 최선인지는 살펴봐야한다. 처벌강화는 폭력범죄에 더욱 강한 폭력으로 대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실 부산 여중생 사건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1차 폭행 이후 경찰이 적극 개입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학생을 보호했으면 강력 범죄로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강릉 여중생 폭행사건 또한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 학교당국은 이런 사태를 인지했으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검찰은 “화해하라”는 무책임한 말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법이 약해서가 아니라 경찰과 검찰, 학교 당국의 안일과 무능이 문제를 키운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근본적인 원인들은 빼놓고 가해학생에 대한 분노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이성적이지 못하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피해 회복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 가해자를 강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피해자가 입었던 육체적 정신적 피해와 병원비 등의 금전적 손해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성축색(隨聲逐色)이라는 말이 있다. 소리를 따르고 모습을 좇는다는 의미이다. 보고 듣는 것에 휘둘리는 현상을 뜻한다.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흉폭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상에 대한 분노를 넘어 근본원인을 살펴야 한다. 사교육과 대학 줄세우기로 황폐화된 학교교육, 청소년 범죄를 또래 아이들끼리의 다툼정도로 여기는 사회분위기, 관계기관의 안일한 대응 등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다. 이런 근본원인은 방치한 채 처벌강화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범죄예방과 피해자보호에 역점을 둔 청소년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그것이 책임성 있는 어른들이 취할 자세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08호 / 2017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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