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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시위 자타카-중

자신의 두 눈 맹인에게 준 왕

▲ 동국대 박물관 보협인탑 중앙의 시위 자타카(Sivi Jātaka).

부처님께서 전생에 동물로 태어나 동물의 한계를 넘어서는 덕행으로 공덕을 쌓아가는 이야기들은 우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기희생으로 공덕을 쌓아가는 이야기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남방 팔리 자타카의 시위왕 이야기에서 왕은 자신의 두 눈을 뽑아서 맹인인 브라만에게 보시한다. 자기 스스로를 희생하여 자신은 맹인이 되고, 맹인이었던 브라만은 시력을 회복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격이다. 따라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도 시위왕과 같이 두 눈을 보시해야만 하는가?’하는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시위 자타카는 여기에 대해 어떻게 답하고 있을까?

보시를 일상화했던 왕
두 눈도 기꺼이 보시해
인드라신 마저도 감동

부처님은 옛날 시위왕국의 왕자로 태어나 탁카실라(Takkasilā)에서 교육을 받고 수도 아릿타푸라(Arittha pura)에서 태자에 올랐다. 태자의 뛰어난 재능에 감복한 왕은 왕위를 태자에게 물려줬고 태자는 시위왕으로서 도시에 6개의 빈민구제소를 설치하고 수없이 많은 보시를 베풀며 왕국을 다스렸다.

한 보름날밤 왕은 혼자서 가만히 생각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 중에서 지금까지 보시해보지 않은 물건이 없구나. 그런데도 난 보시에 있어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좀 더 많은 것을 보시하고 싶다. 나 자신을 보시하면 어떨까?’ 그리고 왕은 누군가가 요구한다면 자신의 심장도, 자신의 피부도, 자신의 눈도 보시해 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왕이 이렇게 결심하자 33천의 제석천 인드라신은 시위왕의 결심이 진정으로 실행될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인드라신은 맹인인 브라만으로 변장하여 아릿타푸라로 시위왕을 만나기 위해 내려갔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시위왕을 만난 브라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위대한 왕이시여, 당신은 보시행으로 인도전역에서 유명해 지셨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눈이 하나도 없는 맹인이고 당신은 눈을 2개나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아주 먼 곳에서 당신에게 눈 하나를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왔습니다. 왕께서 저에게 눈을 하나 주신다면 2사람이 각각 하나의 눈으로 이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왕은 브라만의 요청에 크게 기뻐하며 자신의 결심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실행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왕은 브리만과 함께 왕궁으로 돌아와 자신의 친구이자 의사인 시와카(Sivaka)를 불렀다. 왕은 눈을 보시하려는 자신의 의지가 굳건함을 설명했고 시와카는 주저하면서도 왕명에 따라 한쪽 눈을 뽑아서 맹인인 브라만에게 건넸다. 왕은 한쪽 눈으로 시력을 되찾고 기뻐하는 브라만을 보고서 시와카에게 다시 명령했다. “시와카여, 나의 보시가 얼마나 훌륭한가, 나의 다른 쪽 눈도 뽑아서 저 브라만에게 주어라.” 두 눈을 모두 받은 브라만은 시위왕의 결심과 자기희생에 크게 기뻐하며 사라졌고, 맹인이 된 왕은 왕위에서 물러나 숲에서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제석천 인드라신이 왕의 은신처에 직접 나타나 왕의 두 눈을 회복시켜 주었고 다시 왕위에 오른 시위왕은 끊임없는 보시행으로 나라를 잘 다스렸다고 한다.

시위왕의 엄청난 자기희생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자타카는 인간으로서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부처님의 자기희생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사실상 우리는 일상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자기희생에서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감명을 통해서 우리는 깨달음을 추구한다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굳은 결심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마음 깊이 각인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08호 / 2017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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