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신생종단, 사회적 악폐 양산 우려”

2017-12-15     이재형 기자

차차석 동방문화대 교수 분석
90년대 급증…450여 종단 난립
불교인지 무속인지 정체성 모호
승려기본교육 이수조차 불분명

▲ 차차석 동방문화대학원대학 교수
현재 한국사회에 불교관련 신흥종단이 45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 종단 상당수가 사찰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불교적인 정체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2만여명의 불교 교직자들이 최소한의 교육 과정조차 이수했는지 명확하지 않은데다가 비불교적인 돈벌이에 전념하고 있어 불교가 사회에 불필요한 적폐집단으로 각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차차석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는 한국아시아종교연구포럼이 12월2일 한국학중앙연구원 문형관에서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한국불교계의 종단 난립 원인과 문제점을 분석했다.

차 교수에 따르면 현재 불교종단 모임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한국불교종단연합회, 대한불교종단총연합회에 총 480개 종단이 가입됐고, 이중 기성불교를 대표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종단을 제외한 450여개를 신흥종단으로 추정했다. 차 교수는 신생종단이 많은 이유로 1988년 불교재산관리법 폐지를 꼽았다. 그 이전까지 20여개에 그쳤지만 불교재산관리법이 폐지됨에 따라 사찰의 매매와 양도가 가능해지고, 법인격을 갖추면 어느 단체라도 종단으로 행세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조계종과 태고종의 분규 이후 이어진 태고종의 종권을 둘러싼 내분이 수많은 신흥종단이 출현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했다고 보았다. 게다가 추종자가 많은 무속인들이 자신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편법으로 신생불교종단을 표방하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이들을 상대로 법인을 만들어주는 ‘전문가’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경제력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사찰을 만들고, 특정 종단을 경유하지 않더라도 삭발하고 승복을 입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1988년을 기점으로 종단의 성격도 크게 달라졌음을 지적했다. 이전에는 새로운 구원론이나 수행론을 제시하며 시대적 종교문화의 흐름을 승화시키고자 하는 종단들이 다수였다면 지금은 이해관계에 따라 파생하는 종단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중 2000년대 이후 급속히 증가한 한국의 신생종단들은 이념과 사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특정 그룹의 조직과 인맥, 재산 때문에 분파됐으며, 이해가 상충하면 다시 분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차 교수는 신생종단들의 승려교육 부재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5만여명의 불교 교직자 중 선원, 강원, 대학, 대학원대학 등 승려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기성불교 종단 소속 3만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2만명은 최소한의 불교교육을 이수했는지조차 불명확한 상황이다. 때문에 불교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고, 불교계 전체의 대국민적 신뢰성 상실이란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현재와 같이 통제 불능 내지 자정기능 불능상태에서 신흥종단의 출현이 지속된다면 한국불교계의 미래는 매우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불교라는 종교의 정체성은 고사하고 무속화 내지 상업화에 휩쓸려 전체적인 이미지에 타격을 받거나 사회에 불필요한 적폐집단으로 각인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20호 / 2017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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