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의 교시에 담긴 의미

2018-08-13     법보

“종헌종법 속에서 명예로운 퇴진이 이뤄지고,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조계종 종정 교시를 관통하고 있는 건 종헌종법이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사퇴 표명에 대해 종정스님은 “사실유무를 떠나 종단 화합과 안정을 위한 용퇴”라고 평가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 이외에는 범계 의혹에 대한 완벽한 검증이 어려운 게 사실인데, 상대의 동의협조 없이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종단 내적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유전자 검사가 원만히 이뤄질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설정 스님 스스로도 현 사실을 직시하고 사퇴의중을 내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진제 스님이 내린 총무원장 용퇴 평가는 설득력 있다.

아울러 차기 총무원장 선출을 언급했는데 이는 종헌종법에 따른 조속한 시일 내의 총무원장 선거를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총무원장 선거는 현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사퇴와 원로회의 총무원장 불신임 인준 시기에 따라 결정된다. 총무원장 궐위 또는 불신임 인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그 기한은 현재로서 최장기로 잡을 때 원로회의 인준을 기준으로 10월20일까지다.

그러나 더 이상의 종단혼란을 차단하려면 가능한 9월 말이나 늦어도 10월 초에는 총무원장 선출을 매듭지어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여법한 용퇴 과정과 총무원장 선거 시기를 놓치면 중앙종회 선거와 맞물려 그 누구도 조계종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시에는 현 총무원장, 중앙종회, 원로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라는 당부가 담겨 있다. 특히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그 어느 때보다 사부대중의 힘이 응집해야 함을 교시를 통해 전하고 있다. 정부, 외부세력이 아닌 우리 스스로 현 난국을 타파해 가자는 뜻이기도 하다.

[1451호 / 2018년 8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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