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왕후가 모성 담아 만든 불화 보물 됐다

회암사 중창 불화 400여점 중 국내 유일본 ‘약사여래삼존도’

2019-01-04     임은호 기자
1월3일 보물로 지정된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 문화재청 제공.

조선 중종 계비 문정왕후(1501∼1565)가 즉위 20년을 맞은 아들 명종(재위 1545∼1567)의 만수무강과 후손 번창을 기원하며 1565년 제작한 불화가 보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1월3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가로 29.7㎝, 세로 54.2㎝ 크기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를 보물 제2012호로 지정했다.

16세기 활동한 보우 스님이 쓴 화기에 의하면 당시 문정왕후는 양주 회암사를 중창하면서 석가·약사·미륵·아미타불을 소재로 한 금니화(金泥畵)와 채색화 각 50점을 포함해 불화 400여 점을 발원했다. 문정왕후는 명종이 12세의 나이에 즉위하자 수렴청정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왕실 여성이다.

이 가운데 현존하는 그림은 모두 6점으로, 국내에는 ‘약사여래삼존도’가 유일하게 남아있다. 나머지 5점 중 4점은 일본 사찰과 미술관에, 1점은 미국 버크 컬렉션이 소장 중이다.

약사여래삼존도는 본존인 약사여래를 가운데 두고 왼쪽에 월광보살, 오른쪽에 일광보살을 배치했다. 금니로 그려 화려함과 격조있게 표현했으며 주존불과 보살 사이에 엄격한 위계를 설정하는 고려불화 전통을 따랐다. 갸름한 신체와 작은 이목구비는 조선 전기 왕실 발원 불화 특징도 잘 남았다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화재청은 “조선 전기 불교 부흥에 영향을 미친 왕실 여성 활동과 궁중화원이 제작한 불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당시 막강한 권력자이자 불교 후원자였던 문정왕후가 지원한 회암사는 보우 스님이 활동할 시기에 최대 규모 왕실 사찰로 번성했으나 이후 쇠퇴해 19세기 초 폐사지가 됐고 지금은 절터만 남았다. 1964년 회암사지라는 명칭으로 사적 제128호가 됐다.

목포 달성사 목조지장시왕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 문화재청 제공.

이와 함께 ‘목포 달성사 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도 보물 제2011호로 지정됐다.

목포 달성사 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향엄 스님을 비롯한 조각승 5명이 참여해 만든 작품으로 지장삼존·시왕·판관·사자 등 19구로 이루어진 대단위 불상군이다. 현존하는 불상 중 가장 이른 시기 조선시대 지장보살삼존상과 시왕상으로, 임진왜란 이전 유물이 적어 희소성이 인정됐다.

특히 지장보살상은 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릎 위에 올린 반가 자세를 했는데, 앞서 보물로 지정된 ‘강진 무위사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과 ‘봉화 청량사 목조지장보살상’과 함께 조선 전기의 드문 불상 형식으로 평가된다.

서울 달마사 소장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3. 문화재청 제공.

불교 경전인 서울 달마사 소장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3’, 부천 만불선원에 있는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5’도 보물이 됐다.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은 불교 의식 중 하나인 참회법회로 부처 영험을 받으면 죄를 씻고 복을 누리며 윤회에서 벗어난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보물 제875-3호로 지정된 달마사 소장 권3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유통된 판본으로 1352년에 간행됐다.

보물 제1543-2호로 지정된 만불선원 소장 권5는 1316년에 처음 판각된 후 조선 초기에 인출한 판본으로 추정된다. 한문을 읽을 때 구절마다 표기한 토인 구결이 있어 당시 불교학·서지학·국어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72호 / 2019년 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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