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김지도의 ‘수로부인 헌화공원의 일출’

수로부인 설화 분위기 느낀 공원에서 신라때 ‘헌화가’ ‘해가’ 다시 보여준 시 수로부인 헌화공원서 본 동해 힘이 되어 솟은 한 폭의 그림 날마다 새 빛으로 해 뜨는곳에 수로부인의 목소리도 어우러져

2019-01-29     신현득

‘삼국유사’에 흥미를 끄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수로부인 설화이다. 신라 선덕왕 때에 순정공(純貞公)이라는 벼슬아치가 있었는데, 그의 아내 수로부인(水路夫人)은 절세미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순정공이 동해안 지방의 백성을 돌보기 위해 강릉태수로 부임하고 있었는데, 그 행차가 볼만했다. 

이때 수로부인이 벼랑에 철쭉꽃이 곱게 피어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갖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아무도 험한 절벽에 올라가려 하지 않았다. 소를 몰고 가던 한 노인이 이 절새미인에게 꽃을 꺾어 바치면서 노래를 지어 읊었는데, 이것이 ‘헌화가(獻花歌)’이다. ‘자줏빛 바윗가에/ 잡은 손 암소 놓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라는 내용이었다.

이틀 째 같은 길을 가고 있는데, 미인을 노리고 있던 용이 갑자기 부인을 낚아채어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에 여러 백성들이 지팡이로 땅을 치며 노래를 부르자 겁을 낸 용이 수로부인을 돌려주었다. 이때에 부른 노래가 ‘해가(海歌)’이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놓아라/ 부녀를 뺏어 간 죄 얼마나 큰가?/ 네가 만약 거역해 내다바치지 않으면/ 그물을 쳐 잡아서 구워 먹으리라.’

‘헌화가’와 ‘해가’를 오늘에 다시 보여 준 동시가 있다.

 

수로부인 헌화공원의 일출
                                                   김지도 

그림이다!

수로부인 헌화공원에서 본 일출은
한 폭의 그림이다. 

날마다 새 빛으로 솟아오르는 힘찬 아침 해.  
반짝거리는 물고들의 힘찬 환호. 
통통대며 내닫는 어부들의 힘찬 출항. 
끼루룩 끼루룩, 갈매기들의 힘찬 축하 비행.
철썩철썩, 바위들의 힘찬 박수갈채까지
한데 담은 
한 폭의 그림이다. 

누구든 가슴에 걸면   
힘이 솟고 
힘이 솟는 
한 폭의 그림이다.

김지도 동시집 ‘짧지만 긴 이야기’
(2018)

신라시대 때 헌화가의 분위기를 다시 느낄 수 있는 곳이 삼척시 임원리 남애산에 있는 ‘수로부인 헌화공원’이다. 

그때의 태수 행차와 그때의 수로 부인이 나타나고, 쇠고삐를 든 농부가 나타나 ‘헌화가’를 부를 것 같은 이 공원에서, 동해 바다를 바라보면 한 폭의 그림이다. 가슴에 걸면 힘이 되어 솟을 한 폭의 그림이라 했다. 동해 바다는 날마다 새로운 새 빛으로 아침 해를 띄운다. 수로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여기에 몸이 반짝이는 물고기의 환호성이 어우러지고 있다. ‘해가’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고 있다.  

통통배를 탄 어부들이 먼 바다로 출항을 하고 있다. 끼루룩 끼루룩, 갈매기의 힘찬 날갯짓이 어우러지고 있다. 이 하루를 즐겁게 보내자는 축하비행이다. 철썩철썩, 파도를 받아치는 바위는 큰 박수 소리를 내고 있다. 수로부인의 목소리, ‘해가’의 목소리가 동해에서 크게 어우러지고 있다. 

시의 작자 김지도(金智道) 시인은 삼척 출신(1939)으로 시 전문지 ‘풀과 별’을 통해서 등단(1974)하였다. 이름난 교육전문지 ‘교육자료’ ‘새 교실’의 편집부장과 초등 교장을 지냈으며, 동시집으로 ‘짧지만 긴 이야기’(2018) 등이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75호 / 2019년 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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