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불상에서 찾아낸 23명의 조선후기 불모

‘조선후기 조각승 열전’ / 최선일 지음 / 양사재

2019-02-11     심정섭 전문위원
‘조선후기 조각승 열전’

오늘날 어느 누군가의 인생 이력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상황을 한꺼번에 꿰뚫어 보면서 사람을 조정할 정도의 능력(?)을 자랑하는 영화 속 ‘이글아이’까지는 아닐지라도, 인터넷과 SNS를 통해 누군가와 관련한 기본 정보를 확인하는 일이 어렵지 않은 세상이다.

그러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정치적으로 유력했던 인물이거나, 혹은 집안 권세가 높아 후세들이 그 생애를 기록으로 남긴 경우가 아니라면 삶을 추적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불교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름을 떨친 권승이거나, 후학들의 존경을 받아 기록이 전해지는 선지식이 아니라면 그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문화·예술과 관련된 인물은 더욱 그렇다.

이 책 ‘조선후기 조각승 열전’은 조선시대 불상을 조성한 스님들에 대한 기록을 찾아 씨줄과 날줄로 엮어냈다. 최선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이 어느 인물이 어디서 어떤 불상을 조성했는지, 또 그와 관계된 인물들로 어떤 이들이 있었는지를 최대한 밝혀내려 노력했다.

저자가 불상을 조성한 스님의 존재를 알 수 있었던 문헌은 불상에서 발견된 조성발원문이나 사찰 연혁을 기록한 사적기 등이다. 법명과 역할만 간략하게 기록돼 있을 뿐이었지만, 여러 문헌을 비교하여 개별 조각승들의 활동 시기, 거주 사찰, 불상 양식 등을 추적했다. 

그렇게 지난한 작업을 이어간 끝에 밝혀낸 불상 조각승, 즉 불모들 가운데 23명의 조선후기 불모들에 대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그들의 삶까지 구체적으로 밝혀낼 수는 없었지만, 덕분에 불교가 억압받던 시기에 외래 불상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가장 한국적인 불상을 만든 불모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책 속에 이름이 드러난 17세기 전반의 원오, 수연, 현진, 영색, 영철, 운혜 스님과 17세기 후반의 초안, 사인, 회감, 영탄, 계찬, 색난, 승호, 금문, 단응, 일기 스님, 그리고 18세기 전반의 진열, 여찬, 하천, 상정 스님과 18세기 후반의 계초, 계심, 설훈 스님이 그들이다.

불상 조성을 수행 방법의 하나로 여긴 불모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밝히는 것이 곧 한국의 불교문화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라 믿는 저자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조선후기 불모들의 삶을 엿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1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76 / 2019년 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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