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눈높이 맞춘 친절한 화엄경 주석서

‘화엄경소론찬요 7·8·9’ / 혜거 스님 편저 / 불광출판사

2019-02-25     심정섭 전문위원
‘화엄경소론찬요 7·8·9’

“‘화엄경’의 본래 모습이 무엇인가 하면, 저 차 소리, 기차소리, 온갖 잡소리, 새소리, 벌레소리, 물소리 등 우주 전체가 ‘화엄경’ 아닌 것이 없습니다. 전체가 ‘화엄경’이라고 한다면 따로 들을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부처를 따로 찾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지옥을 피할 이유가 없으며 천당을 구할 이유가 없습니다. 살았다고 좋아할 것이 없고 죽는다고 서러워할 것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화엄경’ 도리입니다.”

탄허 스님은 ‘화엄경’의 궁극적 가르침을 이렇게 설명하고 번역을 시작해, 17년 여 만에 ‘신화엄경합론’을 펴냈다. 그리고 스승이 경전의 꽃으로 불리는 ‘화엄경’ 가르침을 알리는 모습을 직접 보고 배워온 제자 혜거 스님이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경전의 진면목을 알려 삶에 도움을 주겠다”고 발원,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더 간결하고 명확한 ‘화엄경소론찬요’를 차례대로 번역해서 선보이고 있다.

‘화엄경소론찬요’는 명나라 말에서 청나라 초 도패(1615∼1702) 대사가 약술 편저한 책으로, 청량국사의 ‘화엄경소초’와 이통현 장자의 ‘화엄경론’ 정수만을 뽑아 편집했다. 

청량소초는 철저한 장구(章句)의 분석으로 본말을 뚜렷이 밝혀주었고, 통현론은 부처님의 논지를 널리 논변하여 자심(自心)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화엄경소론찬요’가 ‘화엄경’의 묘체를 밝혀주는 오늘날 최고의 주석서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따라서 ‘화엄경소론찬요’ 완역에 나선 혜거 스님의 노력은 탄허 스님의 ‘신화엄경합론’을 잇는 우리 시대 또 하나의 ‘화엄경’ 역경 대작불사인 셈이다.

혜거 스님은 지난 2016년 1·2권을 출간한데 이어 2017년 3·4권, 2018년 5·6권을 펴내며 원본 ‘화엄경소론찬요’ 120권 중 30권까지 번역을 마쳤다. 애초 10년 동안 총 20권 분량으로 완역하겠다고 발원했던 스님은 76세이 이른 세납을 고려해 번역 작업을 서둘러 2년 내 완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화엄경소론찬요 7·8·9’권은 그 결과물이다. ‘십주품’ ‘범행품’ ‘초발심공덕품’ ‘정행품’ ‘명법품’ ‘승야마천궁품’ ‘야마천궁게찬품’ ‘십행품’ ‘십무진장품’ ‘승도솔천궁품’ ‘도솔궁중게찬품’ 등 11품에 해당하며, 원본 120권 중 제31권부터 제46권까지의 분량이다.

“우리는 누구이며, 이 세계는 어떤 곳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바로 ‘화엄경’ 속에 펼쳐져 있다”고 역설하는 혜거 스님의 ‘화엄경소론찬요’에서 불교적 세계관을 이해하며 진리의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얻는 계기를 만날 수 있다. 각권 3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78 / 2019년 2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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