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 속에 담긴 자연·희로애락 회화로 풀어내다

아리수갤러리, 박방병 초대전 ‘천연의획’ 주제 5월21일까지 글자 속에 다양한 가치 담아

2019-05-07     김현태 기자
‘산천’, 138×75cm, 장지 위에 혼합, 2017년.

한자가 갖는 상형적 특징을 회화적 요소로 풀어내 전달해온 박방영 작가가 서울 인사동 아리수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5월7일부터 21일까 열리는 이번 초대전의 주제는 ‘천연의 획(天然의 劃)’이다. 박 작가가 지향하는 ‘상형문자와 그림으로 그리는 상형일기’풍의 창작예술행태는 독특하다. 그의 작품 ‘산천(山天)’을 보면 산(山) 속에는 사찰과 탑이 있고 나무와 동물이 공존하며 살아간다. 또한 하늘(天) 높이 솟은 나무 위에는 새가 한 마리 앉아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주제와 의도가 선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그의 작업을 특정한 내용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서예를 지지체로 삼고 있지만 그것은 고전적인 서예와는 사뭇 다르다. 더불어 회화적 요소가 다분하지만 정통적인 회화의 범주에 넣기에도 마땅치 않다. 거침없이 분방하고 풍부한 감성이 물씬 배어있는 그의 작업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등 다양한 가치가 경계에서 독특하게 빛을 발한다.

‘한옥북촌관람’, 136×69cm, 장지 위에 혼합, 2006년.

서예에서의 필획 자체는 반복된 훈련을 통한 정교한 원칙이 존재한다. 그러나 작가의 운필은 반드시 그러한 원칙과 규율에 충실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일탈의 분방함과 자유로움으로 충만하다. 또한 짙고 검은 먹과 거침없는 운필로 이뤄진 화면은 강한 남성적 매력과 함께 여성적인 다감함이 공존한다.

한자가 낮선 우리에게 작가는 한자를 장기 삼아 유희하듯 우리의 삶을 재단하고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표현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나아가 진아(眞我)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박방영 작가는 이러한 작품을 이루는 방법적 성향을 ‘모검(毛劍)’이라고 말하는데, 모검은 알고 보면 예술적 ‘심검(心劍)’이다.

“천연의 획이란 하늘로부터 주어지는 천기(天機)적 천연의 모습인 本色(본색)이 드러나 천진함과 희로애락이 그대로 표현되어 참된 자아가 발현되는 획이다. 획은 명암이 없어도 입체성을 드러낸다. 점, 선, 면, 원, 구가 획 속에 포함되어 있다. 어린 시절 서당에서 한자를 익히고 오랜 세월 걸쳐 다져온 붓의 필획으로 내면에서 진동하는 원시적이며 무정형의 천진과 자유롭고 활달한 천기적 천연의 획으로 풀어 놓았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