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경주 불국사 석조비로자나삼존불상 사자좌와 코끼리좌

1970년 무설전 동북 석축 밑에서 발견 본존불·협시보살 없이 대좌만 전해져 불상대좌 생각 못할 만큼 퇴락 세월의 무상함 절감케 한 모습 협시보살 대좌인 사자·코끼리좌 받침대 위 무릎 꿇고 앉은 형상

2019-06-04     이숙희
불국사석조비로자나삼존불상 대좌, 통일신라 후기, 50×110㎝.
불국사석조비로자나삼존불상의 코끼라좌.

경상북도 경주 불국사에 있는 석조비로자나삼존불상은 1970년 6월 불국사 토량처리공사를 하는 중 무설전(無說殿) 동북쪽 석축 아래에서 발견된 것이다. 

본존불과 협시보살상들은 남아 있지 않고 대좌만 전해지고 있다. 현재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불국사 경내의 종각 근처 한쪽 편에 설치된 철책 안에 삼존불상의 대좌가 완전히 분리된 채 놓여 있다. 이는 협시보살의 대좌인 사자좌(獅子座)와 코끼리좌[象座], 그리고 본존불의 대좌였을 것으로 보이는 팔각연화대좌의 중대와 하대석 등이다. 언뜻 보면, 불상의 대좌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퇴락한 모습으로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케 한다.

불국사의 삼존불상에 대해서는 통일신라시대의 저명한 학자인 최치원이 쓴 ‘불국사고금역대기’에 기록이 남아 있다.

“불국사 문수전(文殊殿)에는 석조 비로상과 함께 그 좌우에 사자 위에 앉아 있는 문수보살상, 코끼리 위에 앉아 있는 보현보살상 2구가 있었는데, 화재로 소실되었다. 언제 조성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 조상찬문에 의하면 불국사 삼존불상은 비로자나불상을 주존으로 하고, 좌우에 문수와 보현보살상이 배치된 석조비로자나삼존불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887년(신라 진성여왕 원년)에 헌강왕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그의 후비로 추정되는 수원(秀圓) 비구니의 발원으로 9세기 후반경에 조성된 것이며, 원래는 불국사의 문수전에 봉안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불국사의 사자좌와 코끼리좌는 사각형의 받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머리와 다리 부분이 심하게 파손되어 원래의 형태를 알 수 없으나 사자의 발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표현되었다. 모두 등 부분을 편평하게 하여 연주문과 세로문이 장식된 타원형의 깔개가 놓여 있고 그 위에 보살상이 앉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존불의 대좌인 팔각대좌의 상대석과 하대석은 일부 파손된 채 연꽃잎으로 구성되었으며, 중대석에는 구름문과 동물이 함께 조각되었다. 이러한 팔각연화대좌는 법수사지 삼존불상의 비로자나불상이나 동화사 비로암 석조비로자나불상을 비롯한 9세기경의 통일신라 후기 불상의 대좌 형식과 비슷하다.

사자와 코끼리를 대좌로 하는 비로자나삼존불상은 성주 법수사와 강릉 한송사지에서 발견된 삼존불상 외에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예이다. 불국사 비로자나삼존불상은 이미 파손된 채 발견되어 그 원형을 완전히 잃어버렸으나 철책 안에서 아무렇게나 놓여 있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고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91 / 2019년 6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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