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태원 노사갈등, 종교계 중재로 극적 타결

6월27일 타협안에 합의 파업 58일‧단식 37일째 사노위 등 결정적 역할

2019-06-28     송지희 기자
양한웅 집행위원장 등 종교계 관계자들이 6월27일 실무협의를 중재하고 있다.

교착상태에 몰려있던 서천군 국립생태원 노사갈등이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3대 종교계의 중재로 극적 합의를 이뤄냈다. 특히 국립생태원은 노동자 파업 58일째, 노동 간부 단식투쟁 37일째에 접어드는 등 심각한 갈등국면으로 치닫던 상황이어서, 이번 합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종교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국립생태원과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노동조합은 6월27일 3대 종교계 관계자들의 중재로 집중교섭을 진행한 결과 타협안에 잠정 합의했다. 타협안에 따라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무기계약직 전환과정에서 삭감된 임금 등을 보전키로 했으며, 개인별 구체적인 액수 등은 실무적으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번 합의에는 종교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한웅 사노위 집행위원장이 청와대 앞에서 폭염 속 단식투쟁을 이어가던 이귀진 세종충남지역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 상황을 접하고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에게 긴급면담을 신청한 것이 시작이었다. 6월26일 양 위원장은 도철 스님과 박영락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박신안 가톨릭 노동사목위원회 사무국장 등과 함께 국립생태원을 방문, 박 원장과 면담 끝에 협상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다음날인 27일 협상을 위한 전권을 위임받은 실무자가 청와대 앞 농성장을 찾아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잠정합의문이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됐으나 결과적으로 양측의 타협을 이끌어 냈고, 이귀진 위원장과 박용목 원장이 타협안에 서명하면서 극적 합의를 이뤄냈다.

양한웅 사회노동위 집행위원장은 “이번 노사갈등은 근무여건도 문제지만 그 이면에 인격적으로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장기적으로 축적돼 있던 사례”라며 “특히 37일간의 장기 단식으로 이귀진 위원장의 건강이 대단히 우려되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어 다행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국립생태원 문제는 지난해 7월 계약직이었던 국립생태원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임금이 삭감되고 노동시간이 증가하면서 촉발됐다. 노동자들은 올 4월 노조를 결성, 근무조건 개선 등을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495 / 2019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