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난극복 법회는 각국 정상에 보내는 ‘상생 일갈’

2019-07-31     법보

정부는 법에서 규정한 조직과 기구를 통해 국가를 통치하고, 종교는 자체적으로 규정한 법을 통해 전법을 펼친다. 실행방법 상으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국민의 행복을 이끌어야 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 특히 한국불교는 국민의 삶을 고양시키는 일이라면 언제든 국가·정부의 협력자 역할을 자처해 왔다. 아울러 고통을 덜어내는 일에도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불교사상이 갖는 화해와 포용성에 기반한 행보라 할 수 있다.

6·25한국전쟁으로 이 땅에 주검이 쌓여갈 때 고승들이 부산으로 운집했다.(1951) 훗날 조계종 종정을 역임하며 ‘산은 산 물은 물’ 법어를 내렸던 성철, 한국불교 대표 율사 자운, 조계종 정화불사의 선봉 청담, 한문경전 한글화 대원력가 운허, 기도공덕 설파 일타, 덕숭문중의 선지식 월산 스님이 가사를 입고 감로사 법당에 들어섰다. 그 곁에는 향곡, 석암, 월하, 지관, 영암, 벽암, 법전 스님 등이 서 있었다.

무릎을 꿇고 부처님 전에 3000배를 올렸다. ‘우리의 잘못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했다’는 참회의 3000배이자 ‘하루 빨리 전쟁이 종식되기를 기원’하는 3000배였다. 결코 이승만 정부를 옹호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 국민의 육체를 짓누르는 고통이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는 자비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봉행된 ‘국난극복을 위한 참회법회’ 정신은 감로사가 그대로 이어 받아 1980년대부터 매년 2000여명의 재가불자들과 함께 ‘3000배 참회 기도법회’를 열고 있다.

최근 한반도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 러시아 군용기 영공침범,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이 연이어 발생했다. 한반도를 위협하는 악재가 장기화할 경우 이로 인한 고통이 또 다시 국민의 어깨를 짓누를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그렇다고 해서 현 정부가 한 발 물러설 일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각국의 정상들이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리적이면서도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다.

전국 1만여 조계종 사찰이 봉행하려는 ‘국난극복 염원 기도’는 감로사 ‘국난극복 을 위한 참회법회’와 맥이 닿는다. 거룩한 침묵 속에서 각국의 정상들에게 전하는 일갈이기도 하다.

 

[1499호 / 2019년 7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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