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 스님 편지에 담긴 역사·차문화

‘초의 스님 전상서’ / 동춘 지음 / 이른아침

2019-10-14     심정섭 전문위원
‘초의 스님 전상서’

해남 대흥사에서 수행한 초의 스님은 조선후기 최고의 지성을 갖춘 수행자 중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불교, 문학, 불화, 차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고, 특히 차문화에 끼친 영향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초의의 영향력이 수행력만으로 이룩된 것은 아니다. 다산 정약용이나 추사 김정희처럼 때때로 만난 인연들의 도움 속에서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그 인연들 가운데 다산은 초의의 학문적 발전뿐 아니라 곳곳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만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 아들 정학연은 실질적으로 초의의 지지기반을 확대해 준 인물이기도 하다. 초의의 인맥은 정학연의 자제들과 김정희의 형제들, 신위, 홍현주, 이만용, 신헌, 박영보, 황상, 허련, 이용현, 김각 등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사실은 초의의 방계손(傍系孫)으로서 그의 수행력과 차에 대한 식견을 흠모해 그 관련 자료를 수습해서 연구했던 응송 스님의 제자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이 초의 스님의 편지를 번역하면서 상당부분 밝혀지고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초의가 맺은 인연의 인드라망은 거미줄처럼 촘촘하다”고 밝힌 박 소장은 이들이 나눈 편지에 인간적 고민과 갈등을 토로하고 환희와 이상을 함께 공유하려는 흔적이 역력하다고 말한다. ‘초의 스님 전상서’는 박 소장이 그렇게 초의차 완성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인물들과 초의가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해설했다.

책에는 초의의 폭넓은 교류사뿐 아니라 조선후기 시대상을 더욱 면밀하게 볼 수 있는 편지 23편이 실렸다. 여기에는 조선후기 승직과 관련해 승과가 실제 복원되지는 않았지만 묵시적으로 승직이 수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고, 사대부들과 교유하며 차를 선물한 시기가 1815년경부터 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글도 있다. 또 추사 김정희를 비롯해 대흥사와 관련 있는 승려들, 해남, 전주, 남평 등지의 아전 및 지방관속까지 포함돼 그들의 소소한 일상사도 드러난다. 그래서 초의에게 삶에 대해 묻고 차를 나누며 초의차 완성에 기여한 사람들의 편지를 묶어 해설한 책에서 당시의 풍속, 사회, 정치, 종교, 문학, 차문화가 어떠했는지 엿볼 수 있다. 2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08호 / 2019년 10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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