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살처분가축의 극락왕생 발원합니다”

화순 시적암 ‘동물천도재’ 봉행 “존엄한 생명의 무게 깨닫길”

2020-02-17     신용훈 호남 주재기자

구제역,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으로 살처분 당한 동물들과 가족같이 살다간 반려동물들의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동물천도재<사진>가 열렸다. 화순 모후산 시적암(주지 법일 스님)은 2월11일 시적암 일원에서 동물천도재를 봉행해 우리 곁에 살다간 뭇 생명들과 유주무주고혼들을 위로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동물천도재를 봉행한 시적암 주지 법일 스님은 “인간과 동물을 차별하지 않고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도 함께 천도하는 시간이었다”며 “반려동물은 애완동물이 아니다. 가지고 놀다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며 우리 삶에 동행하는 식구이며 또 한 생명의 중생”이라고 말했다. “인간 중심이 아닌 인드라망의 그물코를 같이 하는 생명으로서의 가치, 자비의 실천, 일체 모든 중생들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천도재도 같이 지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어 동물천도재를 지내게 됐다”고 밝힌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한 불자들이 모든 생명의 공평한 무게와 존엄에 대한 사회의 안식을 일깨우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동참자들은 발원문을 통해 “부처님께서 한 마리의 비둘기를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내어주신 보살행으로 저희에게 생명의 고귀함을 일깨워 주셨는데도 어리석은 저희들은 인간만이 우월하다 여기며 동물을 업신여긴 잘못을 깊게 참회한다”며 “인간의 탐욕에 의해 생태계가 파괴되고 삶의 터전을 잃어 고통 받는 중생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길 바란다”고 기렸다. 또 “구제역,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으로 희생된 수많은 동물 영가들이 편안히 휴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오늘 천도재의 선한 인연으로 극락왕생 성불하고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생명평화의 길에 함께 하겠다”고 발원했다. 

이날 천도재에서는 한국무용가 김미숙씨가 씻김굿을 통해 살처분 당한 동물들의 넋을 기렸다.

화순=신용훈 기자 boori13@beopbo.com

[1525호 / 2020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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