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법회, 승·재가 성찰 기회 의미있다

2020-09-07     법보

인도 초기불교 승가에서 하안거 해제일에 맞춰 스님을 공양했던 풍속이 불교전래와 함께 중국에 전해지게 된 명절이 우란분절이다. ‘우란분’은 스님에게 올리는 옷감, 곡식, 음식 등의 공양물 등을 그릇에 담고 그 위에 꽃으로 장식한 것을 이른다. 시간이 지나며 스님 공양 의미뿐만 아니라 조상천도를 위한 의식으로 변모되어 갔다. 학계에 따르면 우란분절에 도교적 색채가 짙게 가미되며 ‘중원절’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중국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음력 7월15일을 백종일, 백중절, 백중, 백종 등으로 다양하게 불려왔다. 관련 연구자에 따르면 신라·고려 시대까지만 해도 사부대중이 사찰에 운집해 함께 공양했는데 조선시대에 접어들어서 민간의 참여는 줄어들고 스님들 중심으로 치러졌다고 한다. 근현대 이르러 ‘백중’은 주로 사찰에서 49재, 혹은 천도재 올리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일부 사찰에서는 모든 스님들이 평등하게 공양물을 받는 공승재를 시행해 오고 있는데 이를 일러 ‘우란분절 공승재’라고 한다. 

남양주 봉선사는 백중을 맞아 천도재 의식과 공승재를 동시에 올리는 법회를 봉행했다. 법회 명칭을 ‘우란분절 사은법회’로 정했는데 깊이 고민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봉선사 보림선원에서 하안거를 마친 수좌스님 10명을 포함해 능엄학림 학인과 강사스님, 사중 소임자스님 등 50여명의 스님들에게 신도들이 공양을 올렸다고 한다.

이러한 법회는 승·재가 모두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봉선사 회주 밀운 스님의 법어는 울림이 컸다. “오늘 공양을 받으며 내가 이 공양을 받을 만한 공덕이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스님들 모두 더욱 정진해 공양에 부끄럽지 않은 수행자가 되길 바랍니다.” 재가불자들 역시 오계를 지키며 부처님 말씀을 올곧이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고 또 한 번의 새로운 발심을 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의미는 더 깊어질 것이다. 다른 일선 사찰에서도 참고해 볼만한 법회다.
 

[1552호 / 2020년 9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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