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향하는 ‘절로 가는 마음’ 사진전

한선영 작가, 서울 비움갤러리서 12월15~20일…치유·위로의 시간

2020-12-10     김현태 기자
한선영 作 ‘절로 가는 마음’.

코로나19로 모든 게 멈춰선 지금, 예전 익숙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진다. 불자들에겐 절집의 일상이 더욱 그러하다. 절로 가는 숲길의 색과 향, 한적함, 절의 모습과 그곳에 깃들어 사는 스님과 대중들까지…. 자주 접하다 보니 무뎌지고 단편적으로 변한 마음이 어느새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바뀌었다.

한선영 사진작가가 서울 충무로 비움갤러리에서 세 번째 개인전 ‘절로 가는 마음’을 연다. 12월15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그는 산사의 풍경과 일상을 담은 사진작품 15점을 전시한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산사의 모습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여행을 하는 듯 즐거움을 전한다.

한선영 作 ‘절로 가는 마음’.

한 작가의 렌즈는 ‘길’과 ‘절’을 향해 있다. 그에게 ‘길’은 일상적인 길(路)인 동시에 수행의 길(道)이기도 하다. 절로 향하기는 하지만 절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절 안팎에서 만난 풍경과 내면을 마주하는 데 중점을 둔다. 무소유의 삶을 만나고 무심한 세월의 무게와 마주하며 한가롭게 흘러가는 현재와 만난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절로 가는 마음’ 또한 그동안의 작업과 맞닿아 있다. 절로 향하는 마음이자, 절집 향해 저절로 가는 마음이다. 여행의 치유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우리는 떠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방랑자’로 살고 있다.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뜻밖의 상황에 마주한 채 여행에 대한 아쉬움, 떠남에 대한 그리움을 꾹꾹 억누른 채 언제 끝날지 모를 회색빛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한선영 作 ‘절로 가는 마음’.

“지금 예전과 다른 의미의 터널을 걷고 있지만, 이 터널 역시 끝은 있을 것이다. 그때가 오면 우리는 자유롭게 떠나는 방랑자가 되어 절로 가는 길을 걸을 것이다. 떠나지 않는 게 아니라 떠나지 못하는 시대, ‘절로 가는 마음’이 잠시나마 치유와 위로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65호 / 2020년 12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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