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형도구 ‘형구돌’ 고불선원서 다수 발견

조선시대 가톨릭 신자 처형 도구 전국 10여개뿐…일부 기증하기로

2021-01-22     충청지사=강태희 지사장

조선시대 가톨릭 신자를 죽이던 사형도구인 ‘형구돌’이 충주 고불선원(선원장 석암 스님)에서 다수 발견돼 화제다. 형구돌은 ‘형구틀’이라고도 불리며 조선시대 가톨릭 신자들을 처형하기 위해 고안된 사형도구다. 돌 가운데 구멍이 뚫려있으며 올가미 밧줄을 사형수 목에 걸고 가운데 구멍 뒤에서 지렛대를 이용해 목숨을 잃을 때까지 잡아당겨 죽이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고불선원이 형구돌을 보유하게 된 것은 1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님은 “2009년 조경불사를 진행하던 중 굴착기 기사가 ‘가운데 구멍이 뚫린 특이한 돌을 5점 가지고 있는데 혹시 스님이 보유한 병풍이나 민화와 바꿀 수 없겠냐’고 물었다”며 “당시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조경을 위해 승낙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을 전해 들은 다른 굴착기 기사가 비슷한 형태의 돌을 5점 가지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그렇게 총 10점을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운데 구멍이 뚫린 특이한 돌’이 가톨릭 신자 사형도구로 쓰이던 형구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석암 스님은 “당시 문화재전문가인 지인이 지나가는 말로 ‘절두산에 있는 형구돌이랑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마당에 놓인 돌들을 이리저리 살펴본 뒤 조사해보니 어떻게 쓰였는지, 어떤 물건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가톨릭 관계자들은 앞다퉈 스님께 기증의사를 물어왔다. 조선시대 가톨릭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현재 전국에 남은 형구돌은 고불선원에 놓인 것을 제외하고 약 5점 내외인 것으로 전해졌다.

석암 스님은 선원의 형구돌 10여점 중 일부를 조만간 가톨릭 교구에 기증할 예정이다. 스님은 “이웃종교의 귀한 물건이라는 이야기에 기증을 결심했다”며 “이 기증이 종교간 화합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충청지사=강태희 지사장

[1571호 / 2021년 1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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