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환경운동 初心 잃었다

'지쳤다' '주민 찬성하는데…' 난개발 저지 곳곳서 접어

2004-08-10     안문옥
지율 스님의 단식 투쟁이 30여일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교계 환경 운동이 순수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케이블카를 비롯해 경부고속철도관통도, 자연사박물관 등 무분별한 난개발에 맞서 저지 운동을 벌였던 지역 사찰이나 불자들이 시민사회단체나 환경 NGO와의 저지 운동을 위한 공조에 적극 나서지 않는 등 당초의 강경했던 모습과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율 스님과 함께 지난해부터 고속철도의 백지화 운동을 이끌었던 부산 범어사의 주요 스님들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시작됐던 2월 중순부터 지율 스님의 단식 농성을 외면해 지역 불교계는 물론 주민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수경 스님은 ' 이러한 지적은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토론 등을 통해 밝혀내야 할 일' 이라며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교계 환경 운동이 순수성을 잃고 있는 예는 이것만이 아니다. 계룡산 중턱에서 한 사립재단이 추진 중인 자연사 박물관 건립에 대한 동학사의 태도 역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동학사는 ' 지역 주민들이 자연사박물관 건립을 찬성하는데다 우리가 나서서 막을 필요가 있겠느냐' 며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영 미륵산의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용화사의 반대 입장도 '적극' 에서 '미지근' 으로 변했다. 조계사 앞 삼양식품 건설 공사 반대 과정에서도 ' 교계 환경 운동이 순수성을 잃은 한 예가 아니냐' 는 조심스런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24층(97m)의 높이로 삼양식품건물터에 건설하려했던 이 초고층 상가 건물은 조계사와 환경단체의 반발로 층수를 13층으로 낮추어 최근 건설 공사가 시작됐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 당시 층수를 낮추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고 토로했다.


안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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