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불교 개혁론은 시대 산물"

김광식씨, 발생 배경·특성·내용 종합 고찰

2004-08-10     법보신문
일제의 요구에 의해 승려의 도성출입 제한이 풀리면서 불교계에는 조선시대 이래 정치 ·사회적으로 낙후된 불교를 중흥 발전시키려는 다양한 개혁론이 등장한다.

한용운 스님의 〈조선불교유신론〉 을 비롯해 권상로 박사의 〈조선불교개혁론〉, 박한영 스님의 개혁론, 이영재 스님의 〈조선불교혁신론〉, 백용성 스님의 대각교운동, 백학명 스님의 선농일치론(禪農一致論)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당시의 개혁론이 대두된 내용과 특성, 배경은 무엇일까. 김광식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원은 5월 29일 대진대에서 열린 한국종교교육학회 '98 춘계 학술대회에 발표한 `근대 불교개혁론의 배경과 성격'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종합 ·고찰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한용운 스님의 〈조선불교유신론〉은 시대 흐름에 대한 불교계의 자각 부족과 개혁에 접근하지 못하는 분위기에 대한 강한 촉구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비해 권상로 박사와 박한영 스님의 개혁론은 개혁의 대상과 방법에 관련돼 있다. 당시 불교계에서는 선진불교인 일본불교를 배워야 한다는 흐름이 주류였던 만큼 권상로 박사는 진화론적인 시각에서 개혁이 추진돼야한다고 주장했으며, 박한영 스님은 개혁의 대상과 방법을 불교청년의 교육과 포교 등 불교현대화에 두었다는 것.

이영재 ·백용성 ·백학명 스님의 개혁론은 일제 불교정책의 폐해를 절감하는 데서 나온 개혁론이다. 즉, 이영재 스님은 일제 식민지 불교의 모순을극복하되 개혁을 교단 혁명 및 불교제도 개혁에 중점을 두자고 한 반면, 백용성 스님은 선과 율의 겸행(兼行)을 통한 전통불교의 수호와 불교의 대중화 ·활성화를 통해 식민지불교를 극복코자 했다. 백학명 스님의 개혁론도근본불교정신에 기초를 두고 선농일치를 통한 불교의 활성화에 두었다. 그러나 스님은 사회사업 등의 개혁에는 치중하지 않았다.

1929년 승려대회 이후 한용운 스님의 개혁론은 사찰령 모순의 확대와 반종교운동 득세라는 현실하에서 민족불교가 가야할 방향을 분명히 하고 불교의 대중화를 지향하고 있다.
김광식 연구원은 “근대의 불교개혁론은 발생 시기의 시대적 배경에 큰영향을 받았으며, 나아가서는 그 시대적 산물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