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육신은 천성산 생명과 함께 할 것”

지율 스님, 4일 무기한 단식 돌입

2004-08-10     주영미
지율 스님이 10월 4일 부산시청 앞에서 천성산 고속철 관통도 건립을 반대하는 무기한 단식 농성을 다시 시작했다. 부산역에서 천성산 화엄벌까지 이어진 생명을 위한 삼보일배를 10월 3일 천성산 화엄벌에서 원만하게 회향한 데 이어 곧바로 단식 투쟁에 입제한 스님은 3일 천성산 화엄벌에서 500여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한 ‘생명을 위한 삼보일배 마무리 행사’에서 '천성산을 떠나며'라는 시를 통해 "천성산을 떠나 이 한 몸, 천성산을 위해 내 던질 것"이라고 밝히며 단식의 의지를 강조했다.

<사진 설명> 지율 스님이 10월 4일 천성산 관통도 저지를 위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고속철 천성산 관통반대 비상대책위(이하 대책위) 역시 지율 스님과 때를 같이해 10월 4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단식 시작을 알리는 기자 회견을 갖고 “22개의 산지 늪과 10여 개의 천연 계곡이 즐비한 천성산에는 활성단층이 발달해 고속철도가 관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로 이뤄진 대형 국책 사업이 인간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환경부의 안이한 행정을 질타했다.

지율 스님은 “‘내가 살고 천성산이 죽는 것’, ‘내가 죽고 천성산이 사는 것’, 모두 내게는 하나의 화두”라고 밝히면서 “내 모든 몸과 마음은 천성산과 늘 함께 할 것”이라며 관통도 저지의 뜻을 확고히 했다. 지율 스님의 단식에는 서울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 원불교 천지보은회 황도국 교무, 마창환경운동연합 이인식 대표, 녹색평론 변홍철 편집장, 부산 녹색연합 최종석 운영위원장 등 7명이 동참해 스님의 단식에 힘을 실었다.


부산지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 삼보일배 회향식서 발표한 지율 스님의 자작시


천성의 품을 떠나며

한 걸음 한 걸음 더딘 발길을 옮겨
이제 천성의 하늘에 닿았습니다
우리가 올라온 길은
뜨거운 아스팔트가 아니었고
거친 돌밭길이 아니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참회와 발원, 정진의 발걸음이었기에
뜨거운 아스팔트와 거칠은 돌밭에서도
마음을 추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중중 무애한 화엄의 세계를 설하신 부처님
한마음 일어남으로 세계가 일어나고
한 중생의 울음소리에 법계가 무너진다 하였습니다.

이제 이 땅에 뭇 생명의 신음소리 그치지 않으니
이 무상한 육신을 버려 천성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저자거리에 나가 몸과 목숨을 버리겠습니다.

이제 다시 낮은 발걸음으로 천성산을 떠나가지만
우리의 넋은 화엄의 언덕에서 방황하고
밤마다 갈대 숲에 깃 드는 꿈을 꾸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