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참여 필수…짜깁기 편집 말아야

읽히는 사보 만들려면

2004-08-10     남수연
사중 소식 심도깊게…“물량 공세 성공 못해”


각종 매체의 다양화와 인터넷의 발달로 일반 대중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속도가 불과 10여 년 전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사진설명>조계종 포교원이 12월 5일 개최한 '사보 및 회보 제작자 연수'에서는 사보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사찰에서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것을 중심으로 디지털 정보 환경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식 인쇄에 의존하는 사보의 비중이 적지 않다. A4 크기로 40페이지 분량의 사보를 발행하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600~800만원 가량이다.

매월 5000권의 사보를 제작할 경우 드는 비용은 300~400만원 정도다. 여기에 배송비용과 인건비 등을 추가로 고려하게 된다면 사찰에서 사보가 차지하는 예산은 적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조사 대상 사찰 중에는 매월 사보 제작예산이 1천만원 이상 책정돼 있는 곳도 적지 않았다.

사보의 내용은 대부분 스님 법문이나 경전, 교리 강좌, 사중 행사 소식, 신행담 등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사보들은 그 중심 해당 사찰이 아닌 지역이나 전체 불교계의 소식 등에 맞춰져 있어 사보로서의 성격이 모호해지고 있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사이버문화연구소 김양은 소장은 “사보를 읽거나 접하게 되는 목표 대상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사보의 본래 역할을 신도와 사찰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정의하면서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면서 일반적인 대세를 따르거나 혹은 소식지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일간지나 교계 신문, 월간잡지 등의 내용을 짜깁기해 사보가 ‘종합 소식지’로 변색되는 경우나 사보의 주 배포 대상을 지역 관공서나 전국단위의 사찰 등으로 무작위 확대시켜 ‘물량 공세’를 펼치는 것 역시 사보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지 못한 경우로 지적되고 있다. 신도와 사찰간의 일차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되고 있는 사보의 초점이 사중과 신도들에게서 벗어나는 순간 사보는 그 본래의 기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신구대 출판미디어학과 이창경 교수는 “사보는 자발적 참여를 통해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수단”이라며 “사찰 신도들 사이에 일체감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사보의 관점은 늘 사찰 내부의 변화와 움직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서포교의 수단으로써 사보가 갖는 위상은 여전히 견고하다. 법문과 경전, 교리 등이 사보의 주된 내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보를 교리공부와 법문자료로 사용하는 서울 정수암이나 신도들로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사보 제작과정에 직접 동참토록 하고있는 광주 대각사, 강원도 석왕사 등의 사례는 사보 자체가 훌륭한 신행 자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 소장은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인터넷시대 사보의 역할과 기능은 사찰과 신도들간의 조직력을 통합시키는데 두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