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앞에선 스님도 응석받이”

통도사 승가대학, 자비원 위문행사 개최

2004-03-22     주영미
“평∼생 단 한번 볼까말까한 공연이 왔어요.”

통도사 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이 통도사 자비원 어르신들을 위해 직접 연극, 노래, 춤을 선사하는 특별한 새해맞이 행사를 마련했다.

1월 8일 통도사 자비원 4층 법당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통도사 승가대학에서 공부 중인 학인 스님 30여 명이 할아버지·아버지 뻘인 지역 어르신들께 새해 인사를 대신해 마련한 위문행사였다. 지난해 몇몇 학인 스님이 자비원을 방문한 이후 통도사 강원 스님들이 산문을 나와 일반에 공연을 펼치는 공식 행사로는 처음이다.

<사진설명>학인스님들이 노래와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일반대학의 학생회장이라 할 수 있는 승가대학 찰중 지현 스님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공연은 여는 마당, 연극마당, 노래마당, 춤 마당 등 모든 무대를 학인 스님들이 자체 준비하고 진행해 신선함과 재미를 더했다. 특히 전국승가대학연극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자랑하는 통도사 강원팀의 연극 ‘춘성 스님 일대기’는 많은 어르신의 박수를 받았다. 일부 스님들은 여장을 하고 무대에 나오거나 춤과 노래로 화려한 개인기를 펼쳐 공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하루만큼은 스님들이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서릿발같은 수행자의 몸가짐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아들-손자가 되었다.

공연이 펼쳐진 자비원 4층 법당에는 자비원에서 요양, 치료 중인 입소자 100여명 외에도 지역 어르신과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까지 찾아와 발 디딜 틈이 없이 가득 메워진 가운데 연신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자비원 원장 오심 스님은 “학인 스님, 비구 스님을 떠나 소외계층에 대해 따뜻한 관심을 갖고 자비를 펼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기회가 닿는다면 다른 복지 시설에서도 공연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지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