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공동체 아줌마 이장의 ‘쫄딱’ 망한 이야기

『아줌마 수행자』 김윤옥 지음 / 띠앗

2004-03-22     남배현
농토와 더불어 사는 농촌 삶 엿보기


손수 일군 6만평 규모의 농토는 빚에 쪼들리다 못해 경매로 넘어갔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경우를 ‘망했다’고 한다. 반도체 무균실에서 근무하던 남편 역시 경운기도 몰고 무랑 배추랑 대화하며 솔 내음을 맡는다. 16살 먹은 큰아들은 세상이 요구하는 지식은 챙기지 않고 마음 공부에 더 열중한다.

빛이 많아 함양인 천황산 자락에 불교 공동체 ‘다볕마을’을 세워 꿋꿋하게 가꾸어 온 김윤옥 이장과 그녀 가족들의 현재 모습이다. 농약을 치지 않은, 그래서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농작물을 가꿀 농토와 공동체 마을을 조성하면서 겪은 고행기를 엮은 수행 에세이『아줌마 수행자』는 불교 공동체의 어려움과 농촌에서 살아가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 어려움과 고통은 순전히 세간의 잣대이다.

<사진설명>다볕마을 김윤옥 이장.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행복하다. 농토를 많이 가졌을 때보다 더 행복하다. 다볕마을에서 함께 살겠다며 찾아 온 수많은 도반들과 남편, 어린 아들들이 힘을 합쳐 일구어 온 수 만평의 경작지는 비록 그녀의 것은 아니지만 그 위쪽에 다시 자그맣게 터를 잡고 여전히 자연 속에서 농사짓고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줌마 수행자 김 이장은 어려움이나 고통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수행의 한 방편으로 승화시켰다. 그것이 기쁘고 행복할 뿐이다.

“저만 행복해 미안합니다.”

김 이장이 즐겨 쓰는 말이다. 김 이장이 털털한 맨 땅처럼 써 내려간『아줌마 수행자』를 읽다보면 흙냄새가 난다. 김 이장의 도반들인 돌과 들풀, 아무렇게나 자란 쑥이 대화를 하자며 자꾸 치근거린다. 도서출판 띠앗 출간, 1만원.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