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경영 배우려 밤잠 설친다

동대 불교대학원 ‘CEO 과정’ 열기 현장

2004-04-19     권오영


<사진설명>동국대 불교 대학원 제1기 불교경영자 최고위 과정에 참가한 교계 리더들이 보광 스님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바람직한 불국토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선 불교에서 강조하는 자력 신앙적 측면과 정토사상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만 가능하다.”

4월 14일 오후 7시 소피텔 앰버서더 호텔 4층 도라지룸. 동국대 불교대학원장 보광 스님의 강의를 경청하는 학생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교수와 학생들이 진행하는 수업은 다른 대학의 수업 시간 풍경과 다를 바 없지만 희끗희끗한 머리에 돋보기를 쓴 늦깎이 학생이 대부분인 이 곳 모습은 다른 수업과 분명 다르다. 밤 10시까지 진행되는 수업이지만 도중에 자리를 뜨거나 잠을 청하는 이는 단 1명도 없다. 비록 늦은 나이에 수업에 참가하지만 배우려는 열기만큼은 그 어떤 젊은 학생들보다 뜨겁다.

최근 교계 리더들의 불교관 정립과 불교적 사상에 바탕을 둔 경영관을 확립시키기 위해 문을 연 동국대 불교대학원 ‘제 1기 불교경영자 최고위 과정’이 강의를 거듭하면서 전문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 강의에 참석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사찰 주지 스님을 비롯해 기업인, 변호사, 병원장, 군인 등 각 분야에서 교계를 대표하는 리더들이다.

지난 3월 3일 동국대 홍기삼 총장의 특강으로 시작된 이래 2달 가까이 지났지만 43명이 정원인 이 수업시간의 평균 출석률은 90%이상이다.

이 수업이 이처럼 열기 있게 진행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불교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고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는 교육체계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3월부터 6월까지 1학기 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최고위 과정의 교육은 매주 불교교리와 응용분야를 1, 2부로 나눠 진행한다. 특히 정보산업, 경제학, 21세기 산업사회 전망 등은 각계 전문가를 초빙해 직접 강의하게 함으로써 교계리더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갖출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타종교 성직자의 강의를 통해 타종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학생들의 수강열기가 자연스럽게 높아 가고 있다.

전 문화관광부 종무실장을 역임했던 윤청하 저작권심의조정위원장은 “이번 강의를 통해 타종교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며 “이는 불자로서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를 통해 종교간 화합을 이끄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분야의 교계 리더들이 수업이외에 서로 다른 사업 분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사찰 성지 순례 등 신행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이번 최고위 과정이 갖는 또 하나의 인기 비결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