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 이제는 정리하고 가자

2004-05-10     권오영
김광식 교수, 정화 50주년 세미나서 주장

조계종 관점서 바라본 논문만 발표 돼


<사진설명>5월 7일 부산 범어사에서 개최된 대각사상 연구원 세미나.

1954년 처음 불거지기 시작한 이른바 ‘정화’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한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명목아래 대처승을 배제하고 비구승에 의해 종단을 재건하고자 했던 소위 ‘정화운동’은 근대한국불교사에 있어 중요한 대목이었다. 그러나 불교계에 있어서는 또한 돌이키기 싫은 과거였다. 정화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비구·대처 간의 대결은 갈등·폭력으로 이어졌고 이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교계에서도 조계종은 ‘정화’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태고종은 ‘분규’라며 여전히 논란을 계속해 이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대각사상연구원(원장 보광 스님)은 5월 7일 부산 범어사에서 ‘백용성 스님과 한국불교정화사’라는 주제로 학술발표회를 개최했다.
학술발표회에서 부천대 김광식 교수는 ‘한국 현대불교와 정화운동’이라는 논문에서 “근대한국불교사에서 큰 획을 그은 정화운동이 불교학계에서 조차 극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며 “21세기 한국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우리 불교가 걸어온 길을 성찰하는 정리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논문에서 한국불교에 있어 ‘정화운동’은 친일불교를 청산하고 청정한 비구 종단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이며 불교 현대화를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동국대 교수 보광 스님은 ‘백용성 선사의 불교정화운동’이라는 논문에서 “백용성 선사의 불교정화운동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한국전통불교를 회생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학술발표회는 조계종의 관점에서 제기된 논문이라는 점에서 이에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는 태고종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와관련 태고종은 조-태 분규를 태고종 입장에서 정리한 자료집을 곧 발간할 예정이다.

권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