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 공부 제대로 해야죠”

박 현 태 KBS 전 사장, 스님되어 절 개원

2004-05-24     심정섭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스님 됐다고 해도 아는 게 없고 최근엔 공부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공부 좀 하고 나서 편안하게 사람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유명인사의 출가라는 세속의 관심 속에 출가사문의 길에 들어선 박현태 KBS 전 사장이 지연 스님(71·사진)이 되어 5월 16일 남양주 마석에 사찰을 개원했다.
남양주 마석 모란갤러리에 잇닿아 있는 백련사에는 지연 스님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지인들과 태고종 스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어찌 이런 어려운 결심을 했는가”라는 지인들의 물음에 “사회적 역할을 다했고, 이제 나이 먹어 집에서 노나 절에서 노나 매한가지 아닌가”라며 엷은 웃음을 보였다.

근황을 묻는 기자에게 “요즘은 불사 때문에 절이 공사판이 돼 있어서 현장에 나가 담배꽁초도 줍고 비닐봉투도 주우면서 지내고 있다”고 최근 생활상을 전한 지연 스님은 “까마득한 일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절다운 모습을 갖추게 됐다”며 개원식을 맞이하는 소회를 밝혔다.

지연 스님은 “아직 많은 분들을 모실 만큼, 공부를 하지도 못했고 부족한 게 많아 조촐하게 개원식을 가지려 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왔다”고 겸연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지연 스님은 “공부를 좀 더 하고 나서 백련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인생경험과 부처님 말씀을 근거로 한 상담을 하면서 지낼 생각”이라고 향후 이어갈 자신의 일상사를 설명했다.

남양주=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