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펜화기행’전

0.08mm 선으로 빚은 山寺의 절경

2004-05-31     채한기



산사-정자 등 40여점 학고재서 15일까지

법보신문에 ‘펜화기행’을 연재중인 김영택씨가 6월 2일부터 15일까지 학고재에서 ‘펜화기행’전을 연다.

서양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뒤러, 램브란트 등의 많은 화가들이 펜화를 남겼지만 전통적으로 붓을 사용한 우리는 펜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이미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란 명성을 얻은 김영택씨는 과감히 디자인 일을 접고 펜을 잡았다. 또한 어느 누구에게도 쉽사리 사사받을 수 없는 척박한 풍토임에도 그는 서양의 펜화 기법을 차용하지 않고 동양풍모, 즉 동양화 기법을 바탕으로 한 펜화를 그려가고 있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은 우리문화재, 특히 한국 전통양식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통도사를 비롯한 신륵사, 쌍봉사, 봉암사 등 전국의 사찰을 순례중인 그는 사찰건축의 미적 요소를 유감없이 드러내 놓고 있다. 단순한 기록 차원의 기록화를 넘어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그의 작품에는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소나무는 물론 숲이며 시냇물 바위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문경봉암사 일주문〈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시냇물을 따라 일주문으로 들어서는 한 수행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영축산 극락암 역시 암자 못지 않게 둥그런 다리를 앞 화면에 배치해 그려냄으로써 세속과 피안을 잇는 그래서 세속과 피안이 둘이 아님을 표출해 내고 있다. 합천 영암사지에 담긴 기암괴석의 웅장한 산과 청풍이 머금은 숲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절경에 압도하게 만든다. 그 화면에 남아있는 돌계단과 쌍사자 석탑을 정성들여 그려냄으로써 다시 한 번 당시의 위용이 드러나기를 기원하고 있다.

0.08mm의 펜을 때로는 촘촘하게, 때로는 조금 여유있게 한획씩 그음으로써 원근은 물론 명암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입체감을 주고 있다. 따라서 펜화에 등장하는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기왓장과 서까래에는 맑으면서도 세밀한 기운이 한껏 농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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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