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묵서 화엄경 한국 독자적 서체”

사경硏 김경호 회장, 학위논문서 주장

2004-08-24     권오영
“백제 무녕왕릉 지석 서풍이어 받아”


통일신라시대 때 제작된 국보 제196호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이 중국 서체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서체이며 이를 계승한 고려 사경은 오히려 중국에 역수출될 정도로 꽃을 피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사진〉 회장은 최근 ‘신라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의 연구’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논문에서 “『대방광불화엄경』의 서체를 분석해보면 중국의 구양순체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이미 신라의 독특한 사경서체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서체의 연원은 백제 지역의 잔존 사경 서체로 남조 서풍을 백제인의 심미감으로 재해석한 ‘무령왕릉 지석’의 서풍을 이어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라 경덕왕대에 사성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사경 유물인 국보 제196호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결과가 사경 전문가에 의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김경호 회장은 논문을 통해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를 사경한 경필사의 수와 역할분담 체계를 규명했다. 그는 “사성기와 각 축의 글씨체가 다른 것으로 미뤄보아 경필사 1인이 경전 10권 단위로 서사를 했으며 경필사 중 1인이 사성기만 전담해 서사했음을 알 수 있다”며 “특히 사미 2인은 교열을 본 승려인 것으로 유추돼 오늘날과 다른 승계의 직책이었음이 추정된다”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