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공개된 발해 장경, 거란의 모본

조병순 관장, ‘함차번호 동일’ 발견

2005-01-03     법보신문
지난 8월 서지학자에 의해 공개된 9세기 초 제작된 발해대장경이 11세기 제작된 ‘거란 대장경’의 모본(母本)이었음이 확인됐다.

성암고서박물관 조병순 관장은 최근 지난 8월 자신이 공개한 발해 ‘대방광불 화엄경’ 권 38 ‘대화령국장(大和寧國藏)’의 함차(函次) 번호가 거란대장경인 ‘대방광불화엄경’과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이 발해의 것을 그대로 옮긴 대장경을 만들었으며 거란 대장경을 상당 부분 참고한 13세기 고려대장경이 ‘발해대장경’을 계승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함차 번호란 대장경의 여러 권을 묶어 천자문 순서로 매긴 번호로 이 순서가 동일하다는 것은 곧 같은 계통의 불경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화엄경 31∼40권에 해당하는 현존 ‘대화령국장’의 함차 번호는 육(育)이다. 또 그 앞에 존재했을 21∼30권은 앞 글자인 애(愛)가 되지만 송나라에서 청나라까지의 중국 불경은 이 부분이 장(章)으로 돼 있는 반면, 거란대장경은 똑같은 ‘애’ 자였다.

조병순 관장이 일본에서 입수한 ‘대방광불화엄경 권제38 대화령 국장’은 총 길이 8m50cm, 세로 28.6cm로 황마지 위에 먹으로 글자를 쓴 것이다. 특히 불경은 경전 제목에 ‘대화령국장’이라고 명기돼 있어 발해시대 함흥지방에서 제작된 유물로 발해 서지 유물이 국내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었다. 또 이 발해대장경은 최근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사에 편입하려는 ‘동북공정’과 관련해 발해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을 반박할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번에 이 발해 대장경이 거란본과 ‘동일한 함차번호’를 지녔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북방문화계통’이 고구려-발해-거란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