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미술이 서로를 어루만지다

『그림, 문학을 그리다』
종이나라 엮음 / 종이나라

2006-11-28     법보신문

어머니

 고 은


어느 아주머니
혼자 가며
둘인 듯
도란도란 말소리
혹은 어느 소설 읽다가
그 소설 속
버림받은
여자의 울음소리
때때로 이런 것이
사람의 어머니 아니리요
고대 인도아리안
마야부인만이
성모마리아만이
어찌 어머니리요
또한 해 진 뒤
어둑발 다 더듬어도
돌아올 자식 없이도
어찌 어머니 아니리요

 

<사진설명>김덕용 ‘望’ - ‘꽃문’
시인 고은 씨의 ‘어머니’가 화가 김덕용 씨의 ‘望’이라는 작품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두 작품이 만나 보는이로 하여금 두 배의 감동을 느끼게 한다.

한국 현대시와 소설을 화가 33명이 그림 99점으로 그려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미당, 황순원 문학상 등의 문학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현대문학을 대표할 만한 문인들의 작품을 화가가 새롭게 그려냈다. 총 42명의 문인들 글이 화가 33인을 만나 총 99점의 그림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특히 화가가 평소 좋아하는 문학 작품을 선정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그 어느 작품보다 깊이 있는 미술 세계를 접할 수 있으며 또 문학과 미술이 만나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이 한 권의 책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화가들이 표현해 낸 작품은 시 21편, 소설 34편으로 시인 고은, 김용택, 김지하, 이성복, 황지우, 소설가 공지영, 김훈, 김영하, 이청준, 김주영, 박완서의 작품 등 다양하다.

조병연의 ‘넋반’이라는 작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책장에 꽂힌 황석영의 『손님』을 다시 읽고 싶어지고, 문태준 시인의 ‘누가 울고 간다’는 시를 읽으며 윤석남의 ‘꽃상여’라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시가 또 다르게 느껴진다.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문학’을 통한 새로운 그림 감상을, 문학 애호가들은 ‘그림’을 통한 새로운 문학 감상의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지 않았으면 시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하고 시인과 소설가는 “글을 쓰지 않았다면 서가(書家)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림과 문학은 서로에게 ‘가지 않은 길’인 동시에 ‘서로에게 힘이 되는 길’인 것이다. 그 길을 작가들과 함께 걸어 가보자.

한편 『그림, 문학을 그리다』에 소개된 작품들은 서울 가회동 북촌미술관(관장 전윤수)에서 ‘가지 않은 길-그림, 문학을 그리다’전으로 만날 수 있다. 이 전시는 11월 23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계속된다. 15,000원. 

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