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교는 나와의 약속…포기는 없다”

102기갑여단 호국 일출사 지도법사 백 거 스님

2008-12-08     법보신문

“백담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강원도 양구의 토굴에서 혼자 수행하며 살았습니다. 혼자서 밭에 냉이 심고, 사람들이 버린 무와 콩 같은 것들을 주워서 겨울양식으로 삼으며 살았죠. 그때는 정말 행복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변화가 생겼어요.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는데 내 마음 속에서부터 질문이 떠오른 거예요. ‘사랑으로 사람들을 대했느냐. 대중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았느냐’고 묻더군요. 군포교는 그 때 내 안에 생긴 질문에 대한 첫 번째 해답이었어요.”

102기갑여단의 호국 일출사 법회를 봐주고 있는 백거〈사진〉 스님은 평소엔 강원도 백담사에서 템플스테이 팀장 소임을 맡고 있다. 하지만 매주 일요일 오전이면 양양으로 건너와 102기갑여단 장병들의 일요법회를 돌본다. 지난 6년간 스님의 주말은 늘 장병들과 함께였다.

“6년 전만해도 102여단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를 봐줄 사람조차 없었어요. 그래서 부탁을 받아 일출사의 부처님오신날을 함께 해준 것이 인연이 돼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사실 이렇게 사는 게 쉽지는 않아요. 평일에는 사찰소임을 봐야하고 주말에도 템플스테이를 운영해야 하거든요. 주변에서 자꾸 하나는 그만 두라고 해요. 그래도 힘들지만 보람이 있어요. 또 나 자신과 맺은 첫 번째 약속이잖아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설악산에서 내려온 차가운 한기를 녹여줄 만큼 정갈하고 따뜻한 수행자의 마음이 스님이 따라준 찻잔 속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양양=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